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여야의정 협의체 닻 올렸지만… 지렛대 쥔 전공의 "내년 증원 중단부터" 압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의정 협의체 전공의 빠진 채 '개문발차'
박단 "당사자 없는 대화, 한가한 소리" 맹비난
임현택 퇴진 후 의협 강경파 지도부 들어설 듯
대화로 해결 비관적 분위기…"협상론 묻힐라"
한국일보

한동훈(앞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 참석하며 서로 앞서기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했지만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계속 대화를 거부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의대 모집부터 중지하라"고 압박하며 대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 전공의들도 협의체에 참여할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으나 전공의들의 강경한 행보로 미뤄 새 지도부가 대화보다 대정부 투쟁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에는 의료계를 대표해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이진우 회장은 회의에서 "사상 초유의 의료시스템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참여했다"며 "진솔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여러 현안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도 "일단 대화 물꼬를 텄으니 예정대로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 출범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무의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전날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을 계기로 대전협이 의료계와 소통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박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대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혼란을 수습할 것"이라면서 도리어 의대 증원 철회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한국일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올해 4월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소속 젊은의사협의체(JDN) 회의 워킹 그룹 세션 중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협은 13일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내부 혼란을 수습하고 의정 갈등에 대응할 계획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도 비대위에서 결정한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그동안 의협 집행부와 대전협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앞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전공의들도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협 입장에서는 임 회장이 전공의들과 갈등을 빚다 물러난 만큼 비대위원장이든 차기 회장이든 전공의를 포용하기 위해 전공의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의협 대의원은 "비대위가 만들어지면 젊은 의사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협이 임 회장 불신임안과 비대위 설치안을 상정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배후에서 의사계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의협 새 지도부가 전공의와 보조를 맞추는 강경파로 재편될 경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 수련병원 원장은 "전공의가 워낙 완강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의협 새 지도부가 전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내년 의대 증원 철회를 관철하기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면 의정 갈등은 더 증폭되고 입시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익명을 원한 사직 전공의는 "기성 의사들이 박 위원장 한마디에 절절매면서 어떻게든 눈 밖에 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것 같다"며 "협상과 대화를 원하는 수많은 전공의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