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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따져보니] 빼빼로데이…K문화인가, 상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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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11월 11일, 일명 빼빼로데이로 불리는 날이죠.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독특한 날, 빼빼로데이가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문화로 봐야할지, 아니면 업계의 상술로 봐야할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오늘 길거리에서 빼빼로가 많이 보이던데, 빼빼로데이는 처음에 마케팅용으로 만들어졌나요?

[기자]
일단 빼빼로 제조사 측은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90년대 초반 영남지역 여중생들이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서로 주고 받았는데, 롯데 측이 이 기간 실적을 집계하다 평상시보다 빼빼로 판매량이 증가한 걸 알게 됐다고 합니다. 롯데는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시작했고, 저희가 찾아본 결과 신문기사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빼빼로데이 언급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길쭉한 초코과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던데요?

[기자]
네 우리가 알고 있는 긴 막대 과자에 초코가 묻은 형태는 1966년 일본 에자키 글리코사가 '포키'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했습니다. 롯데 빼빼로가 나온건 1983년입니다. 2015년에 글리코사가 미국 법원에 상표권 소송을 내기도 했는데, 미 법원은 6년의 심리 끝에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능성 디자인은 상표권이 따로 없다면서 롯데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상품 외형은 일본에서 시작됐지만 1이라는 숫자에 막대과자를 연관시켜서 기념일로 만든건 우리가 먼저입니다. 일본에서는 1999년이 되어서야 '포키 데이'라는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앵커]
과자 형태만 봤을 땐 우리나라가 원조는 아니네요. 어쨌든, 빼빼로데이가 생긴지 30년 가까이 돼 가잖아요. 해마다 열기가 계속되는 것 같아요.

[기자]
네 빼빼로 매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한해 매출의 55%가 빼빼로데이 시즌인 9월에서 11월에 팔린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빼빼로 수출도 급증하는 모양새인데 올해는 수출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K-아이돌과 K-문화에대한 관심이 간식거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하나의 수출상품으로 해외에 많이 팔린다는 건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우리 문화의 하나라고 홍보하기엔 국내에서도 상술이란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기자]
네 빼빼로는 특정 기업 상품인데 마치 꼭 챙겨야하는 것처럼 기념일 마케팅이 시작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 때문에 차라리 같은 날인 농업의 날을 기념해 가래떡을 먹는게 좋지 않겠느냔 운동도 계속돼왔습니다. 빼빼로데이가 성공한 이후 유통업계에서는 '데이' 문화가 산발적으로 생겨났는데요. 마음을 전하는 본질이 퇴색한 채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피로도만 높아졌단 지적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김헌식 / 중원대 사회문화대학 교수
"빼빼로 데이 같은 경우는 기업의 그런 상술에 이용당하는 측면이 있다 보니까 사회적으로나 공동체성이 좀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K-컬처의 본질은 아니다."

[앵커]
해외에서도 우리 문화로 소개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즐겁게 보내고 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되면 좋겠지만, 기업이 이를 지나치게 악용한다면 소비자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겠죠. 김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주영 기자(chu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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