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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지속성-반복성 있어야 직장 내 괴롭힘”… 판단 기준 높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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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요건 개선 추진

매년 신고 늘지만 ‘위반 없음’ 증가

객관적 기준 세우는 등 개선 필요… 유럽 등 해외도 구체적 기준 명시

노동계 “피해 구제 어려워질 것”… 고용부 “사각지대 없도록 추진”

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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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해 지속성, 반복성 등 명시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9년 7월 16일 시행된 후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반영해 더 명확한 판단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을 높이면 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 “괴롭힘에 대한 객관적 기준 필요”

고용부는 지난달 28일 ‘국내외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등 사례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고용부는 연구 목적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시행 5년이 경과하면서 신고사건은 매년 증가하지만 ‘법 위반 없음’ 비율도 늘어나는 등 현장에서 괴롭힘에 대한 인식차가 있었다”며 “괴롭힘 여부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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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는 2020년 5823건에서 지난해 1만1038건으로 2배 가까이가 됐다. 그런데 이 중 조사 결과 ‘법 위반 없음’으로 처리된 사건은 1365건에서 3623건으로 3배 가까이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신고 접수 중 ‘법 위반 없음’ 비중은 23.4%에서 32.8%로 늘었다.

지난달 10일 열린 고용부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의 요건이 모호하다”, “지속성, 반복성, 명확성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허위신고가 많아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과중해졌다” 등의 지적을 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정부도 현장에서 행정 낭비가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괜히 문제 삼아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게 많다. 지속성, 반복성에 대한 기준을 두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부가 올 4월 노동법이론실무학회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도 지속성이나 반복성 요건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일시적 가해 중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없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지속성과 반복성 요건이 없을 경우 판단이 주관적 해석에 의존해 신고의 오남용, 조직문화 위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노르웨이,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캐나다 등 다수의 해외 입법사례도 직장 내 괴롭힘 요건으로 지속성이나 반복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피해자 지원 어려워질 것” 우려도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요건을 강화하면 피해자 권리 구제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국회와 고용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행정적 편의를 위해 지속성이나 반복성을 괴롭힘 요건에 포함해 피해 입증의 난도를 높이는 것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어 “자체 상담 사례를 보면 이미 일선 현장에서 근로감독관들이 지속성이나 반복성을 판단 근거로 내세우며 신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또 “국제노동기구(ILO)는 190호 협약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일회성인지 반복성인지와 무관하게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횟수가 폭력과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해당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야당도 직장 내 괴롭힘 요건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국감 때 “지속성, 반복성 요건을 도입하면 (신고) 문턱만 높아지고 허위신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법원 판례와도 다르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제도 개선을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괴롭힘의 개념이 포괄적이라 그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요건에 지속성, 반복성을 추가하더라도 심한 폭언이나 폭행을 동반하는 등의 경우에는 단 한 번이라도 괴롭힘으로 인정해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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