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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58년을 기다린 보츠와나의 변화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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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가 전달한다.
한국일보

보츠와나 제1야당인 민주적변화를위한우산당(UDC)의 대선 후보 두마 보코가 지난달 30일 치러진 총선에서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퀘에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이 1일 총선 패배를 시인했다.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58년간 이어진 보츠와나민주당(BDP)의 집권을 종식시킨 변화의 순간이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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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실시된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선거는 58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져왔다. 보츠와나 민주정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두마 보코(Duma Boko)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적변화를위한우산당(UDC)이 61석 중 36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여당인 보츠와나민주당(BDP)은 기존 34석에서 4석으로 참패했다. 의원내각제인 보츠와나는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UDC를 이끄는 보코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모퀘에치 마시시 전 대통령도 "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패배를 인정하고 정권이양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BDP는 보츠와나가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지속적으로 선거를 통해 정권을 획득해온 매우 강한 여당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패배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보츠와나는 지금까지 BDP에 의해 통치되어 왔지만, 1당 독재국가는 아니었다. 여당인 BDP의 업적에 만족한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자유롭게 지지한 결과였다. 독립 당시 보츠와나는 가난한 내륙국가로 "쓸모없는 영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땅 아래에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몰랐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정치 지도자들은 전통적 제도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융합하여 정치체제가 잘 작동하는 국가를 건설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달리 보츠와나는 쿠데타나 군부 통치도 경험하지 않았다.

보츠와나의 안정적 민주주의는 높은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 보츠와나 정부는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얻은 수입을 230만 명의 국민을 위한 병원이나 학교, 비상 기금 등에 투자했다. 현재 1인당 GDP는 1966년 이후 80배 증가한 7,200달러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 이번 선거에서 BDP가 패배한 것은 마시시 정부의 경제 실정 때문이다. 전 세계의 다이아몬드 수요 감소로 보츠와나의 경제성장률이 1%로 하락할 전망이며, 실업률은 27%까지 높아지고 빈부격차도 더 심각해졌다. 이와 더불어, 마시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도 BDP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BDP의 패배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일고 있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유권자들의 투표 경향과도 일치한다. 지난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처음으로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올해 말에 나미비아와 가나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정부여당을 심판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한국일보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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