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올림픽파크포레온 조합에 따르면 공공임대를 제외한 약 1만1000가구 중 지난 7일까지 입주날짜를 확정한 가구는 6100가구 정도다. 그중 올해 안에 입주날짜를 확정한 가구는 약 4000가구다. 포레온은 오는 27일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올해만 4000명에 가까운 입주자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입주 날짜를 확정하는 가구는 계속 늘 예정이지만 1금융권의 올림픽파크포레온 잔금대출 취급 내용은 11일이 돼서야 확정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엔 하나은행이 고정(혼합형) 금리 최저 4.641%, 변동금리 최저 5.092% 수준의 금리를 결정하고 총 3000억원 이내로 잔금대출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입주 예정자에게 발송했다. NH농협은행도 이날 2000억원 한도로 잔금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대출 금리(5년 주기형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4.80% 수준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연 4.8% 수준(5년 고정형 기준)의 잔금대출을 시작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잔금대출 한도는 최대 3000억원이다.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거나 한도를 매우 적게 설정한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한도를 500억원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범위에서 취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은 아직 잔금 대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도 1000억원 취급한도에 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에 1.5%를 더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리 상황 등을 고려해 올해는 잔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잔금대출 금리는 입주시점 한 달 전부터 정해져 시중은행이 경쟁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포레온의 경우 입주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도 대부분 1금융권의 금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1금융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내용 확정이 늦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취급하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오픈런’ 수준으로 한도가 빨리 동나고 있다. 광주농협의 용주지점은 연 4.2%대 변동금리를 제시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잔금대출 한도가 소진됐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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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대출 취급 내용 확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시중은행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영향에 눈치싸움을 벌이는 탓이 가장 크다. 포레온의 경우 입주 관련 대출만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연말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 중인 은행들이 낮은 금리를 책정할 경우 대출이 몰려 일시적으로 잔액이 늘어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 눈치 보기로 애꿎은 입주 예정자들만 피해가 커지고 있다. 12월 입주를 예상하고 있던 둔촌주공 입주 예정자 최모(36)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비워줘야 하니 이사 날짜를 정해야 하는데, 아직도 금리를 제대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 일반분양자들은 속이 탄다”며 “그나마 나온 곳도 한도가 적거나 금리가 높아 내년으로 입주를 미뤄야 하나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의 경우 내년 영업에 제약을 주는 페널티를 예고하면서 내년이 되면 대출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은행권이 연초에 새로 여신 한도가 생기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이다. 포레온 조합도 조합원들에게 “올해 꼭 입주하기보다 무리하지 말고 내년에 다시 대출 협상을 해보라”고 안내하는 중이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은행권이 빨리 잔금대출 내용을 확정해 줘야 입주 예정자들이 입주전략을 짜는데 지금처럼 뜸을 들이는 상황에서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상황에도 잔금대출은 매우 안전한 대출인데 지금처럼 금리가 높은 것은 금융권이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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