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되면 기업 이사는 경영진뿐 아니라 소액 주주를 포함해 주주 전반의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배임 소송을 당하거나 장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 투자가, 기관 투자가, 사모펀드, 소액 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는데, 이런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는 시각이다. 이 대표는 배임죄 문제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접근하면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들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는 듯하다.
경영상 판단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은 진즉부터 제기돼 왔다. 배임죄는 특히 구성요건이 불명확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비판이 많았다. 형법상 배임죄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고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이사 등이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하면 처벌하는 규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거나, 배임죄 구성 요건에 사적 이익 추구 등 구체적 사안을 추가해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 상법상 특별 배임죄는 폐지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배임죄 폐지 대안으로 ‘경영판단원칙’ 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이사 등 기업 경영진이 절차를 준수하고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한 의사결정이라면 손해가 발생해도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주요 선진국이 사기·횡령죄 등을 운용하면서 배임죄는 배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사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배임죄로 처벌받을 것을 염려해야 한다면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없다. 특히 미래를 위한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 결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 대표는 경총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성장이 곧 복지”라고 했는데 상법 개정이나 배임죄로 소송 남발이나 의사결정 지연이 많아지면 기업의 성장도 가로막힐 수 밖에 없다. 민생 밸류업을 위한다면 더 세심하고 균형잡힌 실용적 고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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