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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왜 호구 잡혔냐"…파혼 싸움까지 부른 '스드메 바가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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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2년 4월1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웨딩거리에 있는 웨딩드레스 판매점.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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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한 30대 여성 A씨는 식을 올리기에 앞서 한 웨딩플래너를 만나 300만원가량에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계약을 진행하면서 온갖 명목으로 추가금을 100만원 넘게 청구받았다. 스튜디오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사진보정 비용과 사진파일 구입비를, 드레스를 입어 보면서 ‘피팅’(fitting) 비용을,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아침 일찍이라는 이유로 ‘얼리’(early) 비용을 내야 했다. A씨가 주도하는 걸 믿고 별 신경을 쓰지 않던 A씨 남편은 “왜 제대로 안 알아보고 호구 잡혔냐”며 타박을 했고, A씨는 “당연히 300만원에 모든 서비스를 받는 줄 알았지 나도 이럴 줄 몰랐다”며 서운해했다. A씨 부부는 이 일을 계기로 다툼을 거듭하다 파혼할 뻔했다.

A씨 부부만 이런 일을 겪은 게 아니다.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거의 대부분 직면했던 업계의 관행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결혼준비대행업체인 다이렉트컴즈·아이니웨딩네트웍스·베리굿웨딩컴퍼니 등 18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업체가 필수적인 서비스 요금을 따로 받도록 하는 등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업체들은 계약 시 추가금이 발생한다는 걸 불분명하게 고지하거나 추가금이 얼마일지 등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매년 약 40만명에 달하는 예비부부 가운데 절반가량이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공정위가 최근 1년간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이용했던 고객 500명을 조사한 결과 추가금으로 평균 144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0%는 200만원 이상 지출했다. 30개 넘는 항목으로 추가금을 낸 고객도 있었다.

추가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는 소비자 대다수는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성인은 보통 평생에 거쳐 결혼을 한 번 하는데, 관련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 당황하기 쉬워서다. 바가지를 쓰는 걸 인식하면서도 ‘한 번 하는 결혼식, 얼굴 붉히지 말고 좋게 넘어가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경향도 있다. 일부 소비자는 “부당하다”며 추가금을 안 낸 채 버티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업체가 달라는 돈 대부분을 더 줄 수밖에 없다. 추가금을 내지 않으면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계약을 깨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추가금을 거두는 결혼준비대행업체 18개 가운데 15개가 과도한 위약금 조항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관련 불공정 약관 예시로 “계약금은 총액의 20%를 지불해야 하며, 해약 시 계약금은 반환되지 않습니다” “계약금 환불은 입금 후 3일 이내에 가능하며, 이후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등을 지목했다. 현행 약관법에선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거나 계약해제·해지에 따른 고객의 원상회복청구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도록 하는 약관 조항은 무효로 하게 한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이 밖에 공정위는 결혼준비대행업체 상당수가 ▶부당한 거래책임 면책 조항 ▶부당한 양도금지 조항 ▶부당한 재판관할 조항 등의 불공정 약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결혼준비대행업체로부터 피해를 봤다며 관계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은 증가세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4년간 결혼준비대행업체 소비자에 대한 피해구제 건수는 2020년 94건→2021년 92건→2022년 152건→지난해 235건을 기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위는 결혼준비대행업체 18개의 불공정 약관들을 전부 시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추가금 관련 불공정 약관의 경우 사진파일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 비용을 별도 항목에서 제외하고 기본제공 서비스에 포함하는 것으로 약관을 시정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계약 여부를 결정할 때 최종적으로 집계되는 스드메 비용 총액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체 간 가격 경쟁을 부추겨 가격 인하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만일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이 불공정 약관을 당초대로 복원하면, 시정 명령을 거쳐 검찰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앞으로 시정된 약관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표준 약관을 제정하고, 가격 정보 공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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