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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소금빵 맛집' 된 주유소..생존 몸부림에도 하루 한곳씩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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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오후 경기도 부천의 한 폐업된 주유소. 2022년 1월 영업을 중단했지만 3년가까이 구조물 철거없이 그대로 방치돼있다. 최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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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경기도 부천의 한 폐업 주유소. 철거되지 않은 상태로 폐타이어 수백개가 입구에 가득 쌓여있었다. 2022년 1월 폐업신고 후 3년 가까이 방치된 이곳은 갈라진 콘크리트 바닥 사이로 잡초만 무성했다. 인근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서 문 닫는 주유소들이 생긴다. 업종 변경을 하려면 토지를 원상태로 복구해야 하는데 억 단위의 큰 돈이 들기 때문에 방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 뿐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영업 중인 전국 주유소 전수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전국 휴·폐업 주유소는 303곳에 달했다. 하루 0.8개꼴로 주유소가 문 닫는 셈이다. 최근 5년 새 연 평균 145개씩 주유소가 폐업했는데, 올해 더 빨리 더 많은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2019년 1만1700개였던 주유소는 현재 1만776개까지 줄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60곳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서울도 동대문구 3곳, 강남구 2곳을 포함해 올해 총 18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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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저가 경쟁에 손발 든 주유소



현장에서 만난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셀프 주유소 직원 김 모씨는 “요즘 소비자들도 다 오피넷 사이트를 보고 싼 곳을 찾아간다. 일반 승용차 차주에게는 30~40원 차이가 캔 커피 하나 정도겠지만, 화물기사들에게는 점심 한끼 값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의 큰 가격 차이”라며 “아무리 단골이고, 직원이 친절하게 하더라도 더 저렴한 곳을 일부러 찾아간다”고 말했다.

저가경쟁으로 마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난 것도 주유소 폐업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제 주유소 사업 자체는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사업을 이어가는게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불경기도 영업의 어려움에 한몫한다. 서울시 마포구 한 주유소의 박모 소장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다 힘드니 주유소도 어려워지는 것이다”라며 “배달 오토바이들도 과거보다 콜(주문)이 없어서 매일 오던 고객도 2~3일에 한 번씩 오고, 화물차들도 일거리가 줄어드니 일주일에 2번 오던 손님이 1번으로 줄거나 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유소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1%로 일반 도소매업(3.9%)을 밑돈다.



변화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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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문한 서울시 서초구의 한 주유소. 1층 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소금빵 카페가 들어서 있다. 박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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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병행을 하는 식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유소에는 차 없이 걸어오는 손님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주유소 1층에 위치한 소금빵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들이다. 소금빵을 맛별로 한 아름 산 30대 김모씨는 “여기가 인천공항 소금빵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동네에 2호점이 생겨서 와봤다”라며 “예전에 주유소 사무실로 쓰던 장소였는데 어느샌가 빵집으로 바뀐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세차장 운영은 기본이며, 이미 고용한 직원을 활용할 수 있는 무인점포도 인기다. 주유소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선 수익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떤지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직영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주유소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에서 굴착기 전시를 하거나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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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 지난해부터 무인 라면카페·편의점을 들여와서 운영하고 있다. 한켠에는 노브러시 전기차 세차장도 함께 운영 중이다. 최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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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주유소 앞으로 더 증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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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이러한 노력에도 휴·폐업 주유소는 증가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서울이나 대도시 지역의 주유소는 매각 후 용도전환해 화려한 빌딩으로 바뀌기도 한다. 지난 5월 영업을 중단한 서울시 삼성동의 한 주유소는 한 달 만에 철거에 돌입,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주유소는 폐업은 고사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아 도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철거비용과 업종전환에 필수적인 토양오염 정화 비용에 큰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양정화비용은 대량 1억원 가량이 드는데, 경우에 따라 10억원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주유소 폐업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들이 과거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이사는 “경영이 어려워서 폐업을 하는 경우가 지방에 갈수록 많다. 어려운 주유소들이 폐업 지원 요청도 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중”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2000여 곳, 2040년까지 8500여 곳의 주유소가 추가 폐업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해리·최혜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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