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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반도체 경쟁력 앞세워 노동시간 규제 허물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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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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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에 노동시간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크다.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처한 원인을 노동시간에서 찾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인데다, 이를 발판으로 관련 규제를 차츰 허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12일 밝혔다. 전날 공개된 법안에는 보조금 지원과 특별회계 신설, 노동시간 유연화 등이 포함돼 있다. 향후 국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사안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반도체산업의 신상품 또는 신기술 연구개발직 가운데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당사자 간 서면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직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산업의 위기가 노동시간 규제에서 나왔다는 발상 자체가 고루한 인식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처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과 리더십의 부재를 우선적으로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정부는 이미 2022년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연구개발 분야에 대해 최대 주 64시간을 근무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바 있다. 지금도 필요한 경우엔 각종 예외조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시간 규제가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엔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추진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물러선 바 있다. 그 이후로도 ‘근로시간 유연화’라는 명분 아래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반도체 분야를 시작으로 규제 완화의 범위를 넓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태세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이 여전한 우리 실정에서 규제 완화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42시간)보다 한참 길다. 지금도 노동자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는 수준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지 않나. 정부·여당은 당사자 합의 혹은 노사 자율에 맡긴다는 점을 앞세워 규제를 허물려고 하지만, 힘의 균형추가 기울어진 노사관계에선 노동조건의 악화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 주 최대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한 입법 취지를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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