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지난 10월 18일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를 공개했다. 사진은 로제(왼쪽)와 브루노 마스(오른쪽). (더블랙레이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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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11월 들어 15% 올라
빅4, 실적 성장 가시화
올 들어 엔터주는 3분기까지 약세가 지속됐다. 하이브·JYP엔터·에스엠·YG엔터 모두 1월부터 8월까지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하이브(-21%), JYP엔터(-50%), 에스엠(-32%), YG엔터(-33%) 모두 주가가 내려갔다. 올해 엔터주가 약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공동구매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산업이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K팝 음반 시장은 3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공연 시장도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으며 엔터주 전반의 이익이 감소했다. 여기에 하이브와 소속 레이블 어도어의 갈등이 불거지며 엔터주 투자 심리를 악화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그러나 9월 이후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1월 7일 기준 에스엠은 9월 이후 주가가 무려 20% 올랐다. 하이브(8%), JYP엔터(6%), YG엔터(6%) 등 4대 기획사 모두 시장을 뛰어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오히려 4%씩 뒷걸음질 쳤다. 11월만 놓고 보면 상승폭이 더 크다. 11월 1~7일 YG엔터(15%), JYP엔터(10%), 하이브(8%), 에스엠(7%)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엔터주 반등 배경에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한다. 3분기 바닥을 찍은 엔터주 실적은 4분기 반등을 시작해 내년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4대 기획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3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합산 영업이익 6578억원을 기록해 올해 대비 8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3년 기록한 전고점(665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6년에는 4사 합산 영업이익이 7438억원까지 올라가 엔터 산업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가 내년 실적 성장을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아티스트가 대거 돌아오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이다. 멤버 중 가장 늦게 입대한 지민과 정국이 전역하는 내년 6월 이후로는 BTS의 완전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도 2025년 예정된 상태다. BTS와 블랙핑크의 글로벌 영향력을 감안하면, 내년 재개될 대규모 월드투어에 따른 수익만으로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하다.
중국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된다. 최근 디어유가 중국 최대 음원 서비스 기업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그룹(TME)과 사업 협력을 통해 팬덤 플랫폼 ‘버블’의 중국 현지 진출을 발표하면서다. 단순한 콘텐츠 공급을 넘어 최근 중국 비자 규제가 완화되는 등 양국 교류가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며 엔터주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만약 중국 현지 공연이 재개된다면 실적 개선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최근 로제의 신곡 ‘아파트’의 글로벌 흥행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엔터주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보다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수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로제의 ‘아파트’ 흥행도 투심이 살아나는 데 일정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며 “K팝 산업 피크아웃을 우려하던 상황에서 오히려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 K팝에 대한 서구권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한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 향후 중국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유입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 BTS 완전체 기대감
디어유, 중국 진출 성과 주목
다만 중소형사에 대한 기대감은 대형사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물론 11월 7일 기준 큐브엔터 주가가 9월 이후 10%, 11월 들어 17% 오르는 등 주가 상승폭은 대형사 못잖다. 반면 알비더블유 주가는 9월 이후 오히려 25% 내렸고, 11월 들어서도 4% 하락했다.
엔터주에 부는 훈풍이 중소형주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형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지식재산권(IP) 차이다. 대규모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가 다양한 대형사와 비교해 중소형사는 아티스트 숫자가 제한적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해 해당 아티스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경우, 중소형사가 받는 피해가 대형사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큐브엔터의 대표 걸그룹 (여자)아이들만 놓고 봐도, 재계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에서 제2의 매출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큐브엔터 주가 추이가 대형사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저연차 아티스트 IP 성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여자)아이들 재계약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라잇썸이나 나우어데이즈 등 신인급 아티스트 성장 속도 측면에서 4대 기획사와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향후 주가는 신인 라인업 성장을 증명해야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형사라고 해서 주가 상승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BTS와 블랙핑크의 완전체 활동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익은 2026년 실적에 반영된다. 내년 실적 추정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공개될 2025년 연간 계획이 구체화된 이후가 될 전망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 관련 돌발 변수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부터 엔터주 증익 구간으로 판단한다”며 “2023년과 달리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는 늘 아티스트 관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산업”이라며 “올해 하이브처럼 멀티 레이블의 구조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증권사는 하이브를 최선호주로 추천한다. 무엇보다 BTS 완전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이유다. 그 외 르세라핌이나 엔하이픈 등 기존 아티스트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 데뷔곡이 빌보드 ‘핫 100’에 입성하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디어유도 다수 애널리스트 추천을 받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부터 중국 최대 음악 서비스 내 디어유의 ‘버블’ 서비스가 시작된다”며 “이로 인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5억명에 이르는 잠재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MAU 215만명 수준 디어유보다 50배 이상 큰 시장에 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구체적인 구독권 형태 등 계약 내용이 공개되면 추가 주가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4호 (2024.11.13~2024.1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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