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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추락하는 승강기]③규제로 안전·산업 다 놓쳐…완화는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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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검사비용이 중소기업 매출의 10% 달해

업계 "인증 대상 너무 많고 비싸다" 주장

행안부 "안전인증 대상 유럽보다 많지 않다"

전문가 "과도한 규제로 오히려 안전 위협"

국내 승강기 산업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배경에는 과도한 규제가 있다. 규제가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려 안전과 산업 둘 다 놓치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아시아경제

엘리베이터 전문가들이 서울의 한 지하철역 외부 승강기 안전점검에서 전기계통 및 에러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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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산업 규제는 2009년 본격화했다.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이 시행돼 승강기 산업의 주무 부처가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관되면서부터다. 이선순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산업을 키우기보다는 각 업체에 대한 규제와 관리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중소기업은 버티질 못하고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공고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 대상이 승강기안전인증제도다. 이 제도는 20종의 부품을 강제 인증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설치할 때 인증받는 것은 물론 유지관리 시에도 3년을 주기로 심사받도록 했다. 심사 업무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만 이뤄진다.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는 "유럽 등과 비교해 인증 대상이 너무 많은 데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3년 주기를 5년으로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2022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승강기 안전인증 개편 실무 TF(인증 TF)'를 꾸려 의견을 나눴다. 2년여에 걸친 협의가 마무리됐지만 규제 완화는 '찔끔'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13일 현병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인증총괄실장은 "인증 TF가 올해 6월까지 운영되면서 어느 정도 정책 등에 대해 합의가 됐고, 그 내용에 따라 지금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인증제도는 그대로 유지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다만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안전성 검토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인증 심사 절차가 세 단계로 이뤄지는데 일부는 완화하고 일부는 유지하는 식으로 할 계획이라고 현 실장은 덧붙였다.

20종 부품 안전인증 한국이 유일
이는 당초 업계가 TF에 참여하면서 요청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승강기는 2018년 개정된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 부품 14종, 에스컬레이터 부품 6종 등 20종의 부품의 강제인증을 받아야 한다. 생산된 부품으로 설치 현장에서 조립된 완제품에 대해서도 인증 받아야 한다. 또 안전인증을 받은 날부터 3년마다 설계 변경이 없어도 최초 심사와 동일하게 전 모델에 대해 설계심사, 공장심사, 안전성 시험을 하는 정기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업계는 20종의 부품을 강제인증 대상으로 채택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 중 7종의 부품을 인증보다 한 단계 낮은 '확인'으로 완화해달라는 입장이었다. 강제인증을 받아야 하는 부품이 많다는 것은 승강기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할 때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승강기 부품 중 추락방지안전장치와 상승과속방지장치, 출입문잠금장치의 안전인증 비용은 각각 433만원, 477만원, 598만원이다. 이런 비용이 쌓여 중소기업의 경우 인증·검사 비용이 전체 매출의 10%에 달한다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은 추산한다. 게다가 승강기안전공단의 검사 업무가 밀리면서 인증과 검사 처리 기간이 길어져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해 지체보상금을 내는 업체가 다수 발생하기도 한다. 승강기안전공단에 따르면 인증 업무 인력은 현재 총 52명으로 이 인원이 연간 약 6000여 건의 인증심사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입장은 업계 의견과 다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부품을 안전인증 대상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 인증 수수료도 유럽 내 대표적인 인증기관인 'TUV-NORD' 수수료와 비교하면 18~54% 수준"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유럽은 승강기 안전부품 9종에 대해 적합성 평가 절차에 따라 제3자인 인증기관이 인증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부품도 선택적으로 3자 인증 또는 자기 인증 등으로 적합성을 입증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부품이 안전인증 대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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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협하는 역설적 '안전 규제'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인증 제도는 안전을 이유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기업 부담만 키워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유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강인구 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는 "승강기 산업은 강제인증으로 다 묶어놓고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다 묶어놓지 않고 최소한의 기준으로 인증을 한다"며 "인증받은 제품이라고 사고가 나지 않거나 불량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의 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결과적으로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김윤용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인증은 결국 비용이 투입 및 현장 작업시간을 늘어나게 하는 요소가 된다"라며 "인증 규제를 과도하게 하면 결국 승강기 설치 및 유지관리 인력 투입 비용을 제한하게 돼 부실관리와 안전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안전을 확보하면서 승강기 업계 상황에도 맞는 적절한 수준으로 규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전무는 "유럽의 경우 승강기 안전에 가장 중요한 부품만 인증을 받도록 하는데, 이런 수준의 규제로 꼭 필요한 안전은 담보하도록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며 "규제를 완화해 산업을 성장시켜 안전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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