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상대로 한 제약회사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또 적발됐습니다. 자기 회사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식사비, 술값에 차 수리까지 해주고 심지어 의사 집에 각종 음식 배달까지 시켜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영인 기자입니다.
<기자>
의사들을 상대로 한 제일약품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 영업사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의심스러운 문자들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정비를 1년에 한 번 진행하기로 했다', '자동차 오른쪽 문을 점검해 달라고 해 30만 원 들었다' 같은 내용입니다.
여기서 차 주인은 모두 의사들이고, 점검을 대신해 준 건 제일약품 영업사원들이었습니다.
하룻밤에 67만 원인 호텔 숙박료를 대신 지불했다는 문자도 나왔습니다.
이들은 또 병원뿐만 아니라 의사 자택에 각종 음식을 배달해 주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2021년부터 2년 반 동안 의료인 1천637명이 제일약품 영업사원들이 배달시켜 준 음식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음식값만 모두 4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특히, 제일약품은 의사들 접대를 위해 이른바 상품권 깡을 해서 현금을 마련했는데, 2020년부터 1년간 구입한 상품권 액수가 5억 6천만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정위는 이 중 일부는 의사들의 골프나 식사, 술값으로 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사들이 하지도 않은 강연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돈을 주는 등 의사들에게 3천만 원이 부당하게 제공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불법 리베이트 제공은 환자가 선택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시장의 특성상 제약사에서 받은 혜택의 규모나 횟수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 왜곡될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공정위는 과거에는 직접 현금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현물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쪽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일약품에 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김진원)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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