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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기고]윤석열 정부를 시험하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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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가 조약을 체결하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뒤로도 김정은은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고 최근 파병까지 단행했다. 정부는 다시 무기 지원 검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북한은 러시아의 기술 제공이 의심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시험발사하며 한국 정부를 시험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행보에 숨은 의도는 무엇일까.

2000년대 초부터 김정일, 김정은은 주요 고비마다 러시아를 찾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던 푸틴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중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에게 푸틴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되었다. 북한이 전쟁 지원을 하자 푸틴은 김정은이 갈망하던 많은 요구사항을 수용했다. 더 나아가 김정은은 푸틴의 마음을 계속 붙잡아두려 한다. 그러나 러시아 입장에서 경제를 복구할 시간이 오면 한국이 더 필요해진다. 김정은이 이를 막으려면 한국 정부를 계속 자극해 한·러관계가 파탄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함정에 정부가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푸틴은 낙후된 극동지역 개발에 한국을 참여시키려고 공을 들여왔다. 그는 2001년 김정일을 만나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에 합의하는가 하면 한국 기업 투자 유치에도 진심이었다. 러시아 경제발전에 한국의 첨단 산업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는 경쟁자인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했다. 2023년 3월 발표한 러시아 외교정책 기조에서도 동아시아 협력 파트너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푸틴은 러시아를 2030년까지 세계 4위 GDP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지키려면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푸틴은 올해 체결한 북·러 조약도 한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관계 회복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에도 러시아는 주요 시장이자 대륙과 북극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통로다.

변수가 있지만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넘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제가 어려운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가 러시아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강한 반대와 미국의 보복도 푸틴에게 큰 부담이다. 한국과의 경제협력도 어려워진다. 더욱이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충분한 보상을 했다. 푸틴은 북·러 조약은 물론 유엔의 대북제재 무력화와 북한의 핵보유를 수용하고 에너지, 식량, 금전적 보상도 제공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재래식 무기 개량, 현대전 전술 전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한다면 러시아도 선을 넘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에 어부지리가 된다.

국제관계는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로 볼 만큼 단순하지 않다. 또한 외교란 강경한 대응보다는 소통하며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 러시아와 물밑 대화를 한다. 게다가 트럼프 2기에는 미·러 및 북·미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있다. 국익을 앞세우는 트럼프는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유럽연합(EU)과 한국에 떠넘길 수 있다.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로서 정체성은 분명히 하되 편을 가르지 말고 러시아, 북한과도 대화해야 한다.

우선 한·러가 서로 특사를 파견해 위기관리와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보자. 그리고 우방은 물론 남·북·러 모두가 이익이 되는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한·러관계 회복은 한반도와 국제 평화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북·러 밀착은 미·러 대결, 베트남 하노이 북·미 회담 실패, 윤석열 정부의 대북 및 대러 정책에 대한 반작용이 만든 결과이다. 물론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있다. 그러나 우리 대응의 적실성도 점검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최우선 책무는 우리 국민이 또다시 대리전쟁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경향신문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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