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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사설] 헌재로부터 '무책임' 질타받은 '낮잠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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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형배(뒷줄 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사 첫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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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이 그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방통위원과 헌법재판관을 추천하지 않고 있는 국회를 질타했다. 여야 간 샅바싸움으로 '2인 방통위' '6인 헌재' 같은 국가기관의 불완전한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방통위와 헌재의 개점 휴업에 따른 피해는 국민 몫이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란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통렬히 돌아봐야 한다.

헌재소장 직무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은 "국회는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 왜 추천하지 않느냐"며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 결정을 안 하나"라며 물었다. 2인 방통위 의결을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아 위법을 방치하고 있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현행법상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2인, 국회가 3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국회는 지난해 3월 여야 합의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의원을 방통위원 후보자로 선출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유 없이 임명을 미루면서 최 의원은 그해 11월 후보자직을 사퇴했다. 이후 국회는 후보자 추천을 미뤄왔고 방통위는 대통령 추천 2인으로만 구성됐다.

국회 측으로 참석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처음 문제를 발생시킨 것은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원 후보자 추천 지연을 헌법재판관 공석 상태에 빗대자, 김형두 재판관은 "국회가 재판관을 추천하지 않는 것은 국회 외에 누구의 책임이 있느냐"며 "국회의 뜻은 헌재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지난달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퇴임했지만, 국회가 여야 추천 몫을 다투느라 후임 지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국영방송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간 싸움으로 통신 정책과 인앱결제 강제 등 글로벌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방통위의 정책적 판단이 올스톱됐다. 심리정족수(7명)를 채우지 못한 헌재도 기능 마비 직전이다. 정파적 이익을 우선하느라 국가기관을 기능 부전에 빠뜨리고 있는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자명하다. 국회가 헌법재판관들의 일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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