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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그제 전체회의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출마를 승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정 채용에 따른 업무방해,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됐다. 비리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사람이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문체부는 “불공정한 체육회에 상응하는 행정·재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결정은 ‘그들만의 리그’, ‘복마전’이라는 체육회의 민낯을 떠올리게 한다. 공정위원장이 이 회장 특보를 지낸 최측근인 데다 위원 15명 모두 이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라 ‘제 식구 감싸기 심의’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게다가 체육회는 공정위 회의 결과도 공개하지 않아 ‘밀실 짬짜미’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체육회가 공정성은 물론 자정 기능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감에서 “체육회가 어떻게 괴물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한 것이 무리가 아니다. 체육회의 투명 행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체육계의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회장의 처신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8년 동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는 등 전횡을 서슴지 않은 이 회장은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직무정지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직무정지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국회 현안 질의를 피하려고 사비를 들여 스위스 출장까지 갔다. 자성의 빛을 찾아보기 어렵다. 체육회를 자신의 전유물로 여기는 무소불위 행태가 아닌가. 이 회장은 체육회가 전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문체부는 이 회장이 설령 당선돼도 취임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 회장은 더는 무리수를 두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체육회도 지금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연간 체육 예산 1조6200억원 중 체육회에 돌아가는 몫이 무려 4200억원이다. 정부와 국민, 팬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체육회가 과연 혈세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체육회를 해체 수준으로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도 체육회 안팎을 철저하게 수사해 시대착오적인 부조리·비리를 척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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