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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안혜리의 시선] 한동훈의 진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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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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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쇼크'가 그제(12일)와 어제(13일)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을 강타하며 코스피는 속절없이 25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1400원을 뚫었다. 전국 곳곳에서 곡소리가 요란했지만, 경제를 이끌어가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모두 무덤덤 수준을 넘어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 와중에 "위기나 불안은 지나갔고 큰 틀에서 나아지고 있다"며 전날(11일) 주장을 이어갔고, 친윤 비례인 김민전 국힘 최고위원도 "외국에선 한국 경제를 슈퍼스타라고 이야기할 만큼 90점 이상의 업적"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윤석열 대통령 듣기 좋은 자화자찬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만 눈치 없이 지난 8월 낮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석 달 만에 0.3%포인트나 더 낮춰 2.2%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어렵고, 트럼프 당선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친윤 민망한 경제 자화자찬

한 대표는 세계정세 무관심 일관

외교·경제 관련 콘텐트 부재 의심

KDI가 콕 집어 말해주지 않아도 투자 영역뿐 아니라 물가나 대출금리, 부동산 등 국민 스스로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매우 심각하다. 이런 바닥 민심에 아랑곳없이 경제 수장은 안이한 낙관론이나 펴고, 경제 잘 모르는 친윤 스피커는 "(성과를) 국민이 잘 모른다"는 식으로 염장 지르니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나란히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경제부총리나 친윤 의원 못지않게 실망스러운 게 한동훈 국힘 당 대표다. 실망을 넘어, 현재 다른 유력한 차기 주자가 마땅찮아 그를 앞세운 적잖은 보수 지지층 눈에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해야겠다. 트럼프 당선이 불러온 세계정세 급변 상황 속에서 정부와 발 맞춰 국정 운영을 논의할 여당 대표가 갖춰야 할 엄중한 상황 인식이나 이에 걸맞은 경제·외교 공부가 돼 있지 않아 보여 하는 말이다. 합당한 실력을 갖추기는커녕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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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 입장을 내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포스팅. 이날 하루 반짝 급등했던 주가는 '트럼프 쇼크' 등으로 2500선 아래로 주저않았지만 한 대표는 아무 언급이 없다. [사진 한동훈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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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최고위 발언이나 페이스북을 살펴보면 최근 그의 관심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네거티브에 맞춰져 있다. 심지어 지난해 원전 관련 예산을 단독으로 전액 삭감했던 민주당이 그제(12일) 국회 산자위 예산소위에선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자 한 대표는 페북에 "드디어 민주당도 탈원전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고 썼다. 민주당의 과거 실책을 부각하려 올린 글이겠지만 민주당의 우클릭 행보를 홍보해주는 결과만 낳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친시장적 방향 전환은 외연 확장 측면에서 보수정당을 이끄는 본인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정작 그런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하필 전날(11일) 이재명 대표는 경총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성장이 복지"라며 기업인 관련 배임죄 폐지나 연구인력의 주 52시간 예외적용 등 재계의 요청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 대표가 최근 한두 달 새 페북에 올린 경제 관련 내용이라곤, 우리 경제가 닥친 위기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뿐이었다. 이 대표의 말 따로 행동 따로였던 과거 행보를 볼 때 언행 일치된 민생 행보가 나와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최근 발언만 놓고 보면 국민 누구라도 여야 대표가 뒤바뀐 듯한 착각을 할 법하다. 트럼프 관련 내용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파고에 세계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정교한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한·미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경제안보위원회를 설치하겠다. "

위 발언은 여당 대표 아닌 야당 대표 입(13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나왔다. 반면 한 대표의 트럼프 관련 언급은 "우리에게 기회"라는 원론적 발언을 제외하곤, 지난 11일 이재명 대표 재판과 관련해 민주당의 판사 겁박을 비판하며 "트럼프 당선인은 (본인) 재판을 공개하자고 당당하게 요구한 바 있다"는 식으로 이 대표 비난용으로 갖다 쓴 게 전부였다.

한 대표는 페북에 낙원동에서 만난 블루스맨(10월 5일)이나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부른 '아파트'(10월 25일)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중문화에 밝은 젊은 이미지를 주려는 시도라면 잘못 짚었다. 2026년 한·미 방위비 분담금이 전년보다 8.3% 인상된 1조 5192억원으로 결정되고(10월 4일 외교부 공개), 국제통화기금(IMF)이 "트럼프 당선은 한국에 더 부정적 영향"(10월 24일)이라고 경고한 직후에 올린 이런 한가한 포스팅은 그의 콘텐트 부재를 의심하게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한동훈의 위기는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불거진 당 게시판 비방글 사태 같은 외부 요인보다 본인에게서 먼저 찾아야 한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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