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
“한화 ‘레드백’ 최적 성능-기능 갖춰
양국 합작해 제3국 수출 추진할 것”
美-英-호주 기술협력체 韓참여 타진
“호주가 원하는 사양을 정확히 제공했고, 호주에 생산기지를 만든 것이 핵심이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만난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대사(사진)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이 호주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22년 처음 시제품이 개발된 레드백은 한국군이 사용한 무기가 아니며, 수출 실적도 없는 제품이었다.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방산 강국을 따돌리고 129대 약 2조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로빈슨 대사는 “레드백은 호주의 국방 전략에 명시된 군사 작전에 가장 적합한 성능과 기능을 갖췄다”며 “특히 호주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호주 기업들과 협력하겠다는 전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입국의 요구에 맞는 사양과 기술을 제공하는 ‘맞춤형 전략’과 현지에 생산시설을 제공해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추구하는 ‘현지화 전략’이 수출 성공의 핵심이었다는 의미다.
무기 수입국들은 무기 구매의 반대급부로 ‘생산 현지화’를 요구하는 추세다. 고용을 창출하고, 무기 관련 기술 등을 이전받고 싶어서다. 수출국 입장에서는 단기적 측면에서 손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추가 수출 기회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측 요구를 받아들여 8월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15만 ㎡(약 4만5000평) 규모의 생산공장(H-ACE)을 완공했다. 이곳에서 호주가 주문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 그리고 레드백까지 양산할 예정이다.
로빈슨 대사는 “무기를 수출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한국과 호주가 장기적인 방산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한-호주 합작으로 앞으로 제3국에 레드백을 수출하는 것까지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호주 정부는 한국에 인공지능(AI), 사이버, 극초음속 미사일 등 8개 분야의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오커스(AUKUS) 필러(pillar·기둥) 2’ 참여를 타진했다. 오커스는 호주와 영국 미국이 구축한 안보 협력체인데 이를 기술안보협력으로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다.
로빈슨 대사는 “미, 영, 호주의 기술 공유 협력체인 오커스 필러 2에 한국을 초대한 건 K방산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무기를 함께 개발하고 다양한 방산 협력을 도모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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