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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선적 대형 선망 금성호(129t) 침몰사고 닷새째인 13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사고해역에서 해경 등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선박 노후화'가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선령이 21년 이상 된 노후 어선이 전체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선령 15년 이상 어선의 대체 건조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노후 어선의 사고 발생 비율은 점점 잦아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어선의 현대화 지원 사업과 안전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오늘(14일) 해수부에 따르면 선령이 21년 이상인 노후 어선은 작년 기준으로 2만 4천504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체 등록 어선의 38.1%를 차지합니다.
선령이 26년 이상인 어선만 놓고 봐도 1만 2천205척으로 전체 등록 어선의 19.0%에 이릅니다.
선령이 21년 이상인 어선 비율은 지난 2019년 39.0%에서 2020년 30.2%로 낮아졌다가 2021년 33.4%, 2022년 35.9%, 작년 38.1% 등으로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입니다.
지난 8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침몰한 금성호의 선령은 34년입니다.
국내에서 '노후 어선'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지만, 어업계에선 선령이 20년을 초과하면 노후 어선으로 간주합니다.
해수부는 어업인의 고령화와 어촌 인력 감소 영향으로 신규 등록 어선이 줄어들면서, 노후 어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신규 등록 어선은 지난 2000년 9만 5천890척에서 작년 6만 4천233척으로 33.0% 줄었습니다.
이들 노후 어선의 해양 사고 발생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내놓은 '2023년 해양 사고 통계'를 보면 전체 어선의 해양 사고 중에서 20년 이상 된 어선의 해양 사고 발생 비율은 지난 2019년 29.3%(603건)에서 작년 36.7%(817건)로 높아졌습니다.
해수부는 어선법에 따라 5년 주기의 정기 검사와 사고 이력이 있는 어선을 대상으로 안전 점검 등을 진행하지만, 노후 어선을 대상으로 별도의 점검을 실시하진 않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선안전조업법에 따라 어업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안전 조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선령 15년 이상 연근해 어선을 대체 건조할 때 건조 자금 대출 이자 일부를 국비로 보전하는 등 노후 어선 현대화를 지원 중이고, 지원 규모는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 선박의 사고 위험을 낮추려면 선박 현대화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노후 어선 선주에 대한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해수부 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낸 김인현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위험한 노후 어선 교체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감척 사업과 별개로 노후 어선을 중점적으로, 단계적으로 감척해나가기 위한 제도를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도 지난 9월 기자 간담회에서 "어선이 대략 6만 5천 척 정도 있는데, 노후화 정도를 보면 새로 만들거나 감척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어선의 노후화에 동반해 선주의 고령화도 심화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해양학부 교수는 "금성호는 순간적인 복원력 상실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보다 큰 무게의 어획물을 배 위에 실어두면서 전복 위험을 키웠고, 여기에 운반선이 다가오면서 만든 항주파로 인해 배가 넘어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노후 어선은 배 자체가 복원력이 떨어지고 파도 등에 취약한 부분도 있지만, 고령의 선주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공 교수는 "오랜 세월을 배 위에서 보낸 노후 어선 선주가 다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형태의 프로그램을 자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역마다 있는 어촌계에서 고령의 선주를 대상으로 안전 수칙 교육 등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지연 기자 jy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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