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딸에게 도시락통을 쥐어주며 꼭 안아주는 유성아(52)씨.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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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7시 여의도여고 정문 앞에서 고3 딸을 꼭 안아준 유성아(52)씨는 “소화가 잘되는 콩나물국·유부초밥·단감 등을 점심 도시락으로 싸줬다”며 “장한 우리 딸 3년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딸을 한참 보다가 뒷모습을 사진 찍은 아버지 허모(47)씨는 “배웅하기 위해 연차를 쓰고 왔다”며 “긴장하지 말고 씩씩하게 잘 보라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반려견을 포함한 온 가족이 눈을 비비며 응원을 나오거나 친구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격려하는 등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
14일 오전 8시쯤 용산고 앞에 도착한 경찰차.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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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고에선 입실 마감 시간(오전 8시10분)을 앞두고 경찰차로 긴박하게 수험생을 나르는 일도 벌어졌다. 오전 7시56분 용산고 정문 앞에선 경찰의 교통 통제속에 빠르게 멈춰 선 경찰차에서 N수생 A씨가 내렸다. A씨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교문 안으로 부리나케 뛰어들어갔다.
이는 A씨가 가방에 지난해 수험표와 이번 수험표를 둘 다 챙겨 벌어진 일이었다. 교문에서 감독관이 수험표를 확인할 때 A씨는 지난해 수험표를 제시했고, 감독관은 A씨가 시험장인 용산철도고를 착각해 용산고로 온 줄 알았다고 한다. 수험표를 보고 당황한 A씨도 자신이 잘못 온 줄 알고 경찰차에 몸을 실었지만, 이동하던 중 스스로 지난해 수험표를 잘못 보고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아 이번 시험장인 용산고로 돌아왔다.
14일 오전 8시쯤 여의도 자율방범대 차를 타고 여의도여고 앞에 내린 여학생.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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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여고에서도 오전 8시 6분 여의도 지구대 자율방범대 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정문 앞에 섰다. 여의나루역 주변을 돌다가 입실 마감 시간이 다 돼 도착한 학생을 발견하고 학교까지 실어준 것이다. 자율방범대 권기순씨는 “여의나루역에서 학생 걸음으로 적어도 10분은 걸렸을 텐데 하마터면 늦을 뻔했다”고 식은땀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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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수능’·21년 만 ‘N수생 최다 수능’
14일 오전 서울 용산고등학교 정문 앞. 학부모·후배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박종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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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능 한파’ 없는 10도 안팎의 기온에 이날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대부분 위아래 검정 트레이닝복을 한 벌씩 입거나 맨투맨에 목도리를 두르는 식이었다. 친구와 긴장을 풀 겸 여의도여고 앞에서 유행하는 ‘MZ항공샷’을 찍은 이수민(18)양은 “고사장이 추울까 봐 가방에 핫팩을 넣어뒀는데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용산고에서 시험을 보는 남학생들 역시 반바지부터 경량패딩까지 다양한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검정 반바지에 후리스 재킷을 입고 온 김모(18)군은 “평소에 열이 많아 반바지를 입고 왔다”며 “혹시 몰라 긴 트레이닝복도 가방에 넣어왔다”고 했다.
따뜻한 수능 날씨에도 일부 학부모·학생들은 21년 만 최다 ‘N수생이’ 지원했다는 사실에 바짝 긴장했다. 이날 여의도여고에 배정된 수험생은 모두 445명으로 지난해(370명)보다 75명 많았다. 흰색 승용차 뒤에 ‘수험생 3명 탑승 양보 부탁드려요’ 종이를 붙이고 학교 앞에 도착한 이민설(48)씨는 “재수생, 삼수생이 많이 지원했다고 해 초시생인 딸이 위축돼 있다”며 “‘나연이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한 손에 노트를 들고 온 최다희(18)양은 “올해 시험 난도가 높을 거란 예상이 있어 떨린다”며 “신경 쓰지 않고 보겠다”고 했다. 삼수생 여동생을 배웅하러 온 성재희씨는 “동생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재도전했다”며 “‘이미 두 번 해봤으니 쫄지 말고 봐라. 끝나고 빕스 가자’ 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여고 앞에서 친구들과 서로 끌어안고 '시험 잘 보자'며 기도하는 학생들.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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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고등학교 등 시험장 1282곳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의대 대규모 증원으로 재도전하는 응시생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1만8082명 많은 총 52만2670명이 시험을 치른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N수생 규모는 지난 2004학년도 수능(19만8025명)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다.
이수민·박종서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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