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은 재수생
"올해 원하는 대학 꼭 가고파 시험치러"
[서울=뉴시스]수능 하루 전인 지난 13일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갑작스러운 혈액암 진단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될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 신지선 간호사, 윤선희 병동 UM 간호사.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11.14.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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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이틀 앞두고 혈액암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험생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14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수능을 2년간 준비해온 가은이(가명)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현재 이 병원의 입원 특실 병실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르고 있다.
가은이(가명)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영상검사 결과 좌우 양쪽 폐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보여 조직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종격동 림프종으로 진단 받았다. 림프종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혈액종양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가은이는 영어, 스페인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을 더 준비했던 만큼 올해 시험을 꼭 치르고 싶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감염의 위험성을 고려해 하루 동안만 외출을 허용했고, 서울에서 고향인 경상남도까지 다녀오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병동 UM 윤선희 간호사는 갑작스러운 암 진단에 이어 치열하게 준비한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접하고 가은이가 수능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윤 간호사는 “시험을 못 보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아 딸의 뜻대로 시험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수능시험에 임해야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희망도 생길 것이고, 이후 전반적인 치료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보호자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또 몇 해 전 병원에서 수능을 봤던 환자가 떠올랐다.
병원은 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가은이를 위한 시험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병원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수험생인 환자가 시험을 볼 수 있는 독립된 병실 공간과 시험 감독관들이 대기할 수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이 있는 21층 특실을 준비했다.
의료진은 가은이가 수능 후 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도 조절했다. 수능 전까지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항암 치료는 수능 후 시작하기로 했다.
주치의인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는 “건강한 수험생도 수능시험은 큰 스트레스인데,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은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감사드린다"며 "수녀님들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신 만큼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해 원하는 학교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은이는 "평소에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충실하게 생활했다"면서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대학 축제 때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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