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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 중 5~10%는 떠나갔습니다. ‘한계지점’에 왔다고 생각해 멕시코에서 동남아시아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멕시코 현지에서 국내 기업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는 엄기웅 법무법인 문두스 대표변호사는 동아일보에 “현지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멕시코에 대한 고관세 부과와 무관세 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을 예고한 트럼프가 당선되며 미국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혜택을 꾀하고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이어지는 ‘멕시코 때리기‘에 12일(현지시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이 “멕시코는 미 행정부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 미국에서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며 ‘맞불 관세’를 예고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멕시코 진출 韓기업 “고관세 부과시 기업활동 못할수도”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런 혼란 속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공약대로 높은 관세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면 기업활동을 영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의 세부적인 정책을 주시하고,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에 미국·멕시코에 대한 의견개진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멕시코에는 값싼 노동력과 무관세 혜택 등을 노린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다. 연간 40만대 규모 자동차 생산기지를 차린 기아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전), 포스코(철강재) 공장이 위치해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멕시코 투자는 2020년 3억 400만달러(약 4275억원)에서 지난해 7억 5400만달러(약 1조 604억원)으로 급증했다. 멕시코는 투자금액별 국가 순위에서도 2021년 28위에서 지난해 14위로 뛰어올랐다.
멕시코에 전방기지를 차린 한국 기업이 두려워하는 건 트럼프의 고관세 장벽이다. 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은 USMCA에 따라 일정 조건 하에서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협정이 발효된 2020년 이후 6년마다 재검토할 수 있는데,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2026년 협정 개정에 나서거나 개정 전이라도 고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 미국 무역적자 2위 멕시코, 트럼프 최우선 타겟 될 듯
특히 멕시코는 중국과 더불어 트럼프의 ‘최우선 경제공격대상’으로 꼽힌다. 멕시코가 중국 자동차의 ‘우회 생산 기지’로 활용되고 있고, 불법 이민자 문제를 두고 트럼프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멕시코(1524억 달러)는 중국(2794억 달러)에 이어 미국에 2번째로 적자를 많이 안기기도 했다. 선거 유세 기간 트럼프는 멕시코가 국경 통제에 소홀할 경우 모든 수입품에 25%를 매기겠다고 경고했고, 멕시코 국경을 넘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엄 변호사는 “미국은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항에는 자유무역협정 등에 관계없이 행정부가 수입품목에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의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는 ‘미국이 무역적자에 처해있다’는 명목으로 (멕시코 등에) 보편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USMCA를 개정할 경우 수출품에 미국산 부품 사용을 높이는 등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손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 내부에선 높은 관세를 매기면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 다. 지난해 미국은 4756억 달러(약 668조원)어치 수출품을 미국에 팔았는데, 이는 미국의 국가별 수입액 1위다. 관세 부과시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수입품 가격이 인상된다는 것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멕시코가 미국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 증진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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