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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플랜B' 없는 고려아연…믿을 건 '16%' 주주 표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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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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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철회를 돌고 돌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어느 한쪽도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말 또는 내년 초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1.36%' 추가 지분 확보로 영풍·MBK 연합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지만, 결국 누가 남은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최근 최윤범 회장과 영풍·MBK 연합이 지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39.83%, 의결권 기준으로는 과반에 육박하는 지분율 45.4%를 확보했다. 반면, 최 회장의 경우 한국투자증권·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우호지분이 일부 이탈하면서 지분율은 34.65%로 추산된다.

특히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의 승부수로 내세웠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국 철회하면서 최 회장의 우호 지분 추가 확보 기회가 사라졌다. 사실상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확실한 '플랜B'가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신탁 2.4%의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처분하면 의결권이 살아나 우호 지분 확대에 힘을 실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지분 격차가 5%까지 벌어진 만큼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MBK가 장내 매수를 계속 이어가 지분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도 자사주 2.4%의 활용 방안에 대해선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수세에 몰린 고려아연으로선 뚜렷한 묘수 없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주요 주주들의 선택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누가 남은 '16%'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3일 최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으며 지지를 호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상증자 발표와 맞물려 급격히 얼어붙은 여론을 의식한 듯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해 시장과 금융당국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취지다.

특히 '소수주주 다수결(MOM, 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도입하는 이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MOM은 특별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없는 소액주주 중 다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의사 결정 방식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소액주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현재 지배 주주인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 또는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MBK가 "MOM제도는 최 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사수 목적으로 정관 개정을 통해 소수 주주라는 가면하에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즉각 반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최 회장은 발로 뛰며 우군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우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까지 남은 기간 동안 '캐스팅보터'인 국내외 소액주주를 끌어안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지분 7.83%'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최윤범 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내세워 장기 경영계획과 경영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중장기 성장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포함한 경영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지금껏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을 해 온 주주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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