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원 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화 ‘터널’ ‘소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가 노숙자였던 시절 자신에게 책을 선물해 준 은인을 찾는다.
소 작가는 13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일화를 전했다.
그는 “20여 년 전 노숙 시절 서울역 근처 서점에서 사흘째 책을 읽었다. 달리 갈 곳도 없었고, 역보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가 장소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흘째 되던 날, 날 벼르고 있던 직원이 ‘냄새난다고 항의 들어왔다, 나가달라’고 말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서점을 빠져나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다른 직원이 ‘저기요’라며 서점을 나가던 소 작가에게 달려왔다고 한다. 소 작가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노숙자. 나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있던 것”이라며 “이런 내 행동을 눈치챘는지 그 직원이 ‘잠시만요’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직원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그는 소 작가에게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며 책을 건넸다.
소 작가는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었다”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 대신 ‘나중에 제가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소 작가는 “그 직원은 알고 있을까.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이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이라며 “내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을 향해 “잘 지내시나. 당신 덕분에 괜찮은 작가가 됐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며 “내가 과연 당신께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며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 준 당신이 무척 보고 싶다. 당신의 친절로 이제 사람들은 절 노숙자가 아닌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소 작가가 서점 직원에게 선물 받은 책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다. 소 작가는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아 ‘이야기’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