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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에 올랐다. 백악관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가 확정된 셈이다. 레드 스위프는 빨간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는 공화당이 백악관·의회 모두를 장악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하원 총 435석에서 공화당이 최소 218석을 확보하며 과반이 됐다. 공화당은 앞서 총 100석인 상원에서 53석을 차지하며 절반을 넘긴 상태라 상·하원 모두가 빨간색으로 물들여졌다.
입법부를 공화당이 차지하면서 각종 인선에서 더 강력한 '아메리카 퍼스트'를 예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준 권한 및 외국과의 조약 체결에 대한 승인권 등을 갖고 있고, 하원은 세입·세출에 관한 입안, 정부 예산안에 대한 우선 심의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의제들을 뜻대로 시행할 길이 열렸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국경 통제 강화,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내건 공약을 민주당의 견제 없이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정책 우선순위에 감세와 국경 장벽 건설, 연방 교육부 폐지, 각종 권한 제한 등이 있다고 공화당 의원과 보좌진을 인용해 전했다.
ABC에 따르면 내년에 만료되는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는 것도 이 중 하나다. 2017년 트럼프 1기 때 시행된 TCJA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했으며, 트럼프는 당선되면 이 법인세율을 15%로 더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시장의 걱정은 재정적자다.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미국 재정적자는 전년보다 8% 증가한 1조8330억달러(약 2575조원)다. 이는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사상 최대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감세 중심인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모두 실현되면 향후 10년간 7조5000억달러(약 1경500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선거일 이후 0.18%포인트 올랐다.
다만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는 시기상조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새 상원 원내대표로 4선 존 슌 의원을 선출했다. 1차 투표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황태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지한 릭 스콧 의원은 탈락했다. 2차 투표에서 슌 의원이 존 코닌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로 뽑혔다.
슌 의원은 선출 직후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 뒤에 단결해 있으며, 우리의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우선 사항을 실행할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직에 대한 견제로서 상원의 헌법적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며 "상원의 필리버스터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는 의회에서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정책을 통과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해 소수당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필리버스터를 풀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공화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이보다 적다. 이 때문에 내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상원에서 'F***' 단어를 많이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슌 의원 선출에 대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트럼프 당선인에게서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면서도 "공화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공개적으로 저항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슌 의원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머스크 CEO는 지난 11일 엑스(X)에 슌 의원을 가리켜 "민주당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하원에서 공화당은 내년 초 새 회기를 시작하는 제119대 의회에서 하원을 이끌 하원의장 후보로 마이크 존슨 현 하원의장을 다시 선택했다. 경쟁 후보는 없었고, 구두 투표에서 누구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존슨은 내년 1월 3일로 예정된 하원 본회의 투표에서 과반인 218명의 지지를 얻으면 제119대 의회 하원의장이 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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