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몬태나주 보즈먼에서 유세하고 있다. 보즈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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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 불과 한주 만에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주요 인선을 끝냈다.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모험적인 결정을 제어했던 이른바 ‘어른들’이 자취를 감추고, 젊고 경험 없는 ‘예스맨’들이 중요 보직을 꿰차게 됐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지난 70여년간 성장해온 우리 입장에선 경험해본 적 없는 ‘불확실성’과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임기 첫날부터 ‘위대한 업적’을 갈망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가치 외교’ 노선을 서둘러 폐기하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실리 외교’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오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인 ‘소셜트루스’ 계정을 통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를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삼각 편대’가 돼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 무역 정책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면면을 통해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 방향성을 어림잡을 수 있다. 첫째는 강력한 ‘대중 견제’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을 미국의 ‘적국’이라 말해왔고, 2020년엔 신장 지역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이 지역 생산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 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중국의 ‘입국 금지자’ 명단에 올라 있기도 하다. ‘대중 관세 60%’는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의 지론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접근은 지금보다 더 강경해질 게 뻔하다.
두번째는 ‘트럼프 주도’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군 출신(소령) 방송 진행자로, 군과 안보 분야 고위직을 경험한 적 없는 ‘무명’이다. 대통령에게 ‘전략적 조언’을 하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배제하고 군말 없이 지시를 이행하는 실무형 인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4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옥죄던 모든 ‘안전장치’가 풀리는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 외교의 폭주가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면 중국·북한·러시아·이란과도 얼마든지 딜(거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런 혼란한 외교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가치’가 아닌 ‘실리’를 앞세워야 한다.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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