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극장 풍류서 다음 달 3일 국극 원형 소개
원로·신진 배우 호흡..."국극 매력 경험하길"
여성국극 원로배우 홍성덕(왼쪽부터)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과 이옥천, 이미자, 남덕봉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국가유산진흥원 여성국극 원로배우 출연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 차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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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민속극장 무대에 나이 지긋한 배우들이 하나둘 모였다. 원로 여성국극인 홍성덕(80), 이옥천(78), 이미자(79), 남덕봉(79) 배우. 이들은 다음 달 3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선보이는 여성국극 '선화공주'를 준비 중이다. 드라마 '정년이'의 인기에 힘입어 국가유산진흥원이 기획한 특별극에서 신진 국극 배우들과 합동으로 40분간 무대를 꾸민다.
공연 제목은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 여성국극은 창(판소리)과 춤, 연기가 종합적으로 구성된 공연예술로, 여성만 출연한다. 1948년 명창 박록주 선생이 설립한 여성국악동호회를 시작으로 1948~69년 화랑여성국극단, 삼성여성국극단 등 수십 개 여성국극단이 활동하며 인기를 누렸다. 무관심 속에 잊힌 듯했던 여성국극이 '정년이'를 계기로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인 홍성덕 배우를 연결고리로 국극계 선후배들이 뭉쳤다.
"국극은 우리식 뮤지컬... 가능성 무한해"
여성국극 '선화공주' 포스터.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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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활동한, 이제는 평균 나이 79세가 된 네 배우는 요즘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국극의 전성기를 회상했다. 이들은 전성기를 연 1세대 배우들의 공연을 보고 국극에 뛰어든 2세대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문화계에는 여성국극만한 볼거리가 드물었다. 국극은 앞서가는 무대 기술과 화려한 의상 등 극적인 요소를 강화해 관객을 사로잡았다. 20대에 국극에 매료돼 국극인이 된 홍성덕 배우는 "판소리를 먼저 시작했지만 환상적인 조명 아래서 느꼈던 무대의 묘한 매력을 잊지 못해 이 길로 들어섰다"며 "1960년대 여성국극을 보려고 전국을 다니고, 배우가 돼 공연장을 순회하며 관객을 만나던 시절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10여 년의 짧은 전성기를 경험한 뒤 수십 년 동안 국극의 쇠락을 지켜본 네 배우는 다음 달 올리는 특별전 '선화공주'가 국극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자 배우는 "판소리는 가사도 어렵고 독특한 발성 때문에 알아듣기 어렵지만 여성국극은 이해가 쉽다"며 "여성국극을 왜 최초의 K뮤지컬이라고 부르는지를 사람들이 직접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극 전성기의 매력을 재해석해 선보이는 이번 특별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홍성덕, 이옥천 등 원로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대담 형식의 토크 콘서트로 막을 열고, 2부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국극 '선화공주'는 백제의 서동과 신라의 선화공주가 고난을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는 내용의 작품으로, 1950년대에 인기를 끌었다. 서동 역할로 김금미 배우, 선화공주 역할로 박지현 배우가 무대에 오르고, 이미자 배우는 극중 악역인 '품을, 남덕봉 배우는 감초 역할인 길치를 맡는다. "시대와 호흡하지 못한 여성국극의 한계도 있지만 이제라도 지원과 관심이 있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르로 키울 수 있다고 믿어요. 젊은 배우들이 우리식 뮤지컬을 어떻게 진화시켰는지 꼭 보러 오세요."(홍성덕)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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