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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사설] 의협 비대위, 내분 딛고 의정갈등 해소 리더십 발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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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거에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왼쪽)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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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대한의사협회가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전임 회장 탄핵 뒤 내년 1월 신임 의협 회장 선출 전까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제 의협이 그간의 내분을 딛고 장기화된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법정단체인 의협은 전체 의사를 대변하는 유일한 조직이다. 하지만 의협은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촉발된 뒤로 지금까지 협상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방기해왔다. 지도부가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수시로 막말·비하 논란을 일으켜왔고, 전공의 대표 등과의 극심한 갈등으로 의료계 내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했다.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더 이상 저버려선 안 된다. 당장 의료공백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내년 1월 치러질 의사 국가시험에는 예년의 10%도 안 되는 304명만이 응시한다. 의료 현장에 투입될 의사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과 환자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당면한 의협의 최우선 과제는 정부와의 협상이 되어야 한다. 박 위원장은 당선 소감을 통해 “정부가 의료 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최근 개문발차한 여·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곧바로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제3의 협상 창구라도 열어 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공개적인 지지를 얻어 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투표 직전에 “비대위원장으로 박 부회장을 추천한다”며 대의원들에게 지지 의사를 전달했다. 이를 반영하듯, 박 위원장은 선출 직후 “그동안 소외됐던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만 대변하려 해선 곤란하다. 의사단체들에선 수시모집 추가 합격자 선발을 제한하거나 정시모집으로 이월하지 않는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2025학년도 증원 규모를 줄이자는 요구가 나온다고 한다.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마친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요구만 내세우면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될 리 없다. 의제를 폭넓게 열어두되, 내년 의대 교육 여건 조성과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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