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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동생이 수험표 두고 가” 언니가 경찰차 타고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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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훈훈’ 시험장 풍경

경향신문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앞에서 경찰차를 타고 온 수험생 가족이 수험표를 전달하기 위해 시험장으로 뛰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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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전국 시험장 입구에는 가족과 친구, 교사와 후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선배님들 파이팅!” 해가 채 뜨기도 전 어둑어둑한 오전 6시50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에선 각종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1~2학년생들이 정문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핫팩과 간식거리를 나눠주며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광주 남구 석산고 고사장 입구에서는 이 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수능 대박’ ‘꽃길만 걷자’ 등이 적힌 팻말을 잇달아 흔들었다.

여러 가족이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부모와 할머니, 삼촌, 고모까지 함께 언니를 응원하러 온 김연우양(15)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 앞에서 가족들과 다 같이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김양은 “언니가 말수가 줄어들며 긴장한 게 보였는데 ‘여태 잘해왔으니까 그대로만 하면 된다’고 응원해줬다”고 했다.

후배들, 응원에 간식·핫팩
가족 총출동 “파이팅” 외쳐
고사장 착각·택시 연료 부족
경기남부경찰에 신고 104건
수능 이틀 앞두고 암 진단
입원실서 시험 치르기도

‘수능 한파’ 없이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가벼운 카디건이나 운동복을 입은 수험생이 많았다. 수험생들은 열띤 응원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여의도여고 앞에서 만난 조해인양(18)은 “어제 너무 떨려서 잠이 안 오는 바람에 새벽 1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며 “오늘 소화가 안 될까봐 점심으로 죽을 싸 왔다”고 말했다. 긴장을 풀려고 애쓰는 모습도 여러 곳에서 보였다. 서울 오류고 3학년 이수민양(18)과 유시온양(18)은 시험장으로 들어서기 전 카메라를 머리 위로 쭉 뻗어 ‘항공샷’으로 수능 기념사진을 남겼다.

건강 문제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도 있다. 수험생 가은씨(19·가명)는 이날 서울성모병원 입원실에서 수능에 도전했다. 2025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두고 갑작스레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가은씨는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대학교 축제 공연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병원이 전했다.

어머니들은 수험생보다 더 긴장한 듯했다. 대구 영남고에선 수험생 자녀가 시야에서 사라졌음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는 부모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학교 정문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이지선씨(40대)는 “딸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최윤선씨(46)는 아들이 용산고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정문 앞에서 서성였다. 최씨는 “시험 끝나고 웃으면서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 학생이 신분증을 놓고 오거나 늦게 도착했다. 오전 8시10분쯤 여의도여고에선 순찰차를 타고 온 한 여성이 급히 학교로 뛰어들어가 감독관에게 수험표를 건넸다. 수험생 언니라고 밝힌 성재희씨(27)는 “동생이 긴박한 목소리로 ‘수험표를 두고 왔다’는 전화를 했다”며 “정말 왜 저럴까 싶었지만 다행히 앞에서 경찰차를 만나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고사장을 착각한 사례도 많았다. 군인 신분 재수생은 광주 동성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대성여고로 잘못 도착해 경찰 도움을 받았다.제주의 한 수험생은 이날 오전 7시쯤 제주시 노형동에서 47㎞ 거리에 있는 서귀포여고 고사장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택시에 연료가 떨어져 경찰의 조력을 받았다.

경찰청은 수험생 태워주기 154건, 수험표 찾아주기 9건, 에스코트 3건 등 총 187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알렸다.

김송이·오동욱·고귀한·김현수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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