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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경력 공백은 구직자의 심각한 결격 사유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경력 단절에 대해 거리낌 없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2022년 전 세계 근로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링크트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경력 단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링크트인은 이 설문조사 데이터를 발표하면서 사용자가 경력 단절 기간 습득한 비직업적 경험과 기술을 소개할 수 있는 ‘경력 공백’ 기능을 함께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를 보며 경력 공백이 더 이상 걱정거리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기 쉽지만 채용에 관한 중요한 데이터는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 경력 공백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이력서 작성 및 커리어 관리 회사 레주메고는 2019년 현장 실험을 실시했다. 다양한 경력 공백이 있는 가상의 지원자 이력서를 만들어 구직 사이트에 게시된 채용 공고 3만6000여 개에 지원한 결과, 경력 공백이 없는 이력서는 회신율이 11% 이상이었지만 1∼2년의 경력 공백이 있는 이력서에 대해서는 회신율이 약 10%로 떨어졌다.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그 비율은 더욱 낮아졌다. 3년, 4년, 5년의 경력 공백이 있는 이력서는 각각 4.6%, 3.7%, 3.1%의 응답률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경력 공백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에릭 린 오벌린대 경영학 부교수는 2023년 링크트인을 통해 400여 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응답 결과는 경력 공백에 대한 관리자의 태도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61%는 여전히 경력 공백을 부정적인 신호로 간주했다.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지원자에 대한 신뢰성(29%)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 부여(27%), 고용 유지 위험(25%), 기술 저하(19%)가 그 뒤를 이었다.
채용 외에도 경력 공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또 있다. 연구진이 2004∼2011년 이직한 임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한 결과, 이력서상 경력 공백으로 인한 몇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발견했다. 먼저 경력 공백은 임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구에 따르면 이직 시 이력서상에 경력 공백이 있는 이들은 급여가 평균 14% 인상됐지만 경력 공백이 없는 이들은 22%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력서상 경력 공백의 영향은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진이 각 임원의 기존 직장과 이직한 새 직장에서의 임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력서에 경력 공백이 있는 여성의 경우 평균 9% 정도 급여가 낮게 나타났다.
이력서상 경력 공백의 부정적인 영향은 젊은 임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 사장이나 최고경영진 같은 고위직 임원들은 이력서상 경력 공백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고위 임원일수록 기업이 채용 결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오랜 경력과 풍부한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력서상 경력 공백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임원 경력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검증된 경험이 적기 때문에 경력 공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이력서상 경력 공백의 영향은 고용하는 기업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공백이 임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직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대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기업에서는 측정 가능한 수준의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는 소규모 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고 채용 의사결정도 덜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용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따른다. 고용주는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만 지원자의 이력을 자세히 알진 못한다. 따라서 누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우수 인재가 될지 판단하기 위해 지원자의 자질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연구에 따르면 이력서상의 경력 공백은 여전히 지원자의 자질을 나타내는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원치 않는 경력 공백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이력서상 공백기는 이전보다도 더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때 경력 공백이 없으면 채용 과정에서 차별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력 공백이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임금 격차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경력 공백은 여전히 중요하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에릭 린 오벌린대 경영학 부교수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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