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 논설위원 |
한국 경제가 ‘트럼프 스톰’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져올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며, 주가지수는 급락하고 환율은 뛰고 있다. 원화가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400원’ 아래로 내려가자, 14일 당국은 “과도한 변동성에 적극 조치하겠다”며 7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시장을 뒤흔들 트럼프의 2기 외교 정책은 ‘익숙해서 더 두려운 것’이 될 전망이다. 피터 피버 미국 듀크대 교수는 ‘포린 어페어스’에 게재한 글에서 이를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라고 했다. 트럼프 1기를 겪어본 만큼 새로운 임기에 어떤 일을 시도할지 일부 예측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과정이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시장이 ‘트럼프 포비아’에 잠식당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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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로 이어질 트럼프의 정책 기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과 대만 등 대미 무역 흑자국도 트럼프의 관세로 곤경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인 뒤 같은 방식으로 한국 등에 대한 적자도 줄이려 할 것이란 예상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부활과 그에 따른 ‘신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도 한국 경제가 마주할 어려움이다.
트럼프 스톰은 돌발 악재인 ‘블랙 스완’이 아니다. 전략적이며 치밀한 대응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못하면 트럼프 스톰은 예견된 혼란이면서도 방심해서 큰 위험에 처하게 되는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
하현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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