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
13일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손정의(오른쪽)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어깨를 두 손으로 짚고 있다./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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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CEO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손 회장도 한때 엔비디아의 주주였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소프트뱅크가) 우리의 최대 주주였다면…” 그러자 손 회장이 고개를 푹 숙이고 우는 시늉을 하며 황 CEO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으며 얼굴을 파묻었죠. 황 CEO는 그를 다독이며 “괜찮아요”라며 웃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손 회장은 2017년 엔비디아 주식 4.9%를 약 7억달러(약 9800억원)에 사들여 4대 주주에 올랐죠. 2019년 2월에 지분 전량을 36억3000만달러(약 5조96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4조원 가까운 이득을 봤으니, 당시엔 괜찮은 투자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지분가치는 약 246조8000억원에 달합니다. 손 회장이 우는 척을 할 만한 액수죠.
이 일화는 자타공인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손 회장마저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테크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실제 손 회장이 투자했던 AI 스타트업들은 거품론에 휩싸이며 그가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 여파로 소프트뱅크는 2021년부터 작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죠. 반면 엔비디아는 챗GPT 붐에 올라타 AI 분야 제일의 수혜 기업이 됐으며,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입니다.
이날 손 회장은 황 CEO에게 “일본을 AI로 리셋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칩을 더 많이 사겠다고 말했습니다. 황 CEO는 “일본이 미국 중국에 넘겨준 기술 주도권을 회복할 기회”라고 화답했습니다. AI 업계는 손 회장 같은 굴지의 사업가도 가늠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영역이 됐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선택은 추후 AI 역사에서 어떤 결정으로 기록될지 궁금해집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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