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회의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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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방 지명하며 "힘에 의한 평화"
트럼프는 국가안보 수장 3인방을 지명하며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지명과 수락 성명에서 이들은 "힘에 의한 평화의 옹호자(champion)가 되겠다"라거나 "미국의 이익을 그 무엇보다 우선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가 1기 때부터 강조했던 '힘에 의한 평화'는 지난 7월 대선을 앞두고 공개된 공화당의 정강에도 비중 있게 포함됐으며, 트럼프 2기 외교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슬로건이 될 전망이다.
'힘에 의한 평화'의 원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으로 쉽게 말해 국방력 강화를 통해 상대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도 출범 직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강조하며 이를 핵심 대북 기조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모두 이른바 '현상 변경 세력'에 대해선 압도적인 힘의 우위로 상대하겠다는 공통된 신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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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힘에 의한 평화를 투사하는 대상에 있어선 차이가 있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대(對) 중국 억제를, 한국은 확장억제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대중 억제와 대북 억제는 상호 연관된 측면이 있지만 한·미 간 방점을 두는 타깃이 다를 경우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배치 등 조치를 일각에선 중국을 겨냥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최근의 한·미·일 안보 협력 목표도 애초의 북핵 대응에서 나아가 대중 견제까지 포괄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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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은 '동상이몽'…가치외교 간극도
특히 최근 한·중 관계를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공을 들이는 윤석열 정부로선 딜레마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외교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가치 외교'인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는 접점을 이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는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할 거란 아쉬움도 제기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중국을 향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을 향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강조한다"며 "기본적으로 겨냥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강조해왔던 자유, 민주주의 등 가치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을 소개하는 모습.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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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인권에 '강경 발언' 다수
다만 트럼프가 힘을 사용하는 대상에 북한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을 모두 완전히 공개(full accounting)하는 구체적인 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겼던 '검증'(verification)을 꺼내든 것으로 북한의 실질적 행동 변화 없이 양보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도 "공산주의에 의해 조국(쿠바)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13일 트럼프의 지명 성명)한 가정사를 바탕으로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선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2016년 ABC방송 인터뷰)라고 불렀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도 "(북한 비핵화에) 낙관적이지 않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14년 1월 한국을 방문해 비무장지대(DMZ)를 찾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의 창문 너머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북한 병사를 응시하고 있다. 중앙포토 |
"김정은과 잘 지낼 것"이라고 대선 기간 수차례 강조했던 트럼프의 대북 정책 운용에서 이들의 이런 원칙론이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이들 역시 원칙보다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이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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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경험한 軍 출신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의 교집합으로 전장 복무 경력이 있는 참전 용사 출신이라는 점도 꼽힌다.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육군 특수부대 '그린 베레'(Green Beret)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에서 복무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트럼프 1기에서 트럼프의 무분별한 행동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 게 대부분 장성 출신의 군인이란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가 영관급 장교를 국방장관으로 발탁한 건 궁극적으로 충성파를 기용해 자신을 따르는 '원 보이스'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하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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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월츠와 헤그세스는 2000년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뛰어든 개입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중동 전장을 직접 경험했으나 이후 고립주의 '트럼피즘'으로 돌아섰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은 미국의 힘을 더는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데 소비하는 게 아니라 최대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확장하는 데에 투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 3인방으로 지명된 월츠-루비오-헤그세스 모두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루비오 지명자는 2020년 중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 역시 군 출신이 전면에 포진하고 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모두 대적 개념이 확실하고 야전 경험이 풍부한 작전통으로 꼽힌다. 미국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 8월 '군인 출신 안보실장' 체제로 전격 개편하는 건 미 새 행정부와 외교적 소통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대북 강경파에 힘을 실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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