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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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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라인./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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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국 내 생산능력을 하향 조정하던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 혹은 본국으로 장비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대중 제재가 시작된 이후 사실상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가능한 선에서만 장비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왔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당초 예정된 중국 우시 공장의 분기 합산 기준 웨이퍼(반도체 원판) 57만장 수준 증설 계획을 수정하고, 대신 국내 이천 M14 공장, 청주 M16 공장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D램 웨이퍼 분기 생산량은 48만장 수준이었다. D램 수요 회복에 따라 증산이 예정돼 있었으나 사실상 무효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체 D램 생산에서 40% 수준에 달하던 중국 공장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역시 분기 합산 기준 60만장으로 예정돼 있던 생산능력(CAPA)을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인 하나마이크론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공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하나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앰코(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 업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도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앰코 테크놀로지는 베트남에 16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해 20만㎡ 규모의 후공정 공장을 짓고 있다. 앰코 측은 이 공장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능력을 갖춘 가장 광범위한 최첨단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공장에 설치되는 일부 장비는 중국 공장에서 이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에 2조4000억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신설한 것에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의 투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협력사들도 베트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도체 패키징 회사인 시그네틱스는 1억달러를 투자해 빈푹성 바티엔 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도 지난해부터 베트남 투자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인피니언은 베트남 하노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 검증기술 R&D에 중점을 두고, 시스템온칩(SoC) 수요와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장 큰 수혜는 베트남에 돌아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베트남 기업이 반도체 후공정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IT 기업인 FPT는 최대 3000만달러(약 422억원)를 투자해 하노이 근처에 반도체 테스트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PT는 1000㎡ 규모의 공장에 테스트 장비 10대를 갖추고 내년 초 가동을 시작한 뒤 오는 2026년까지 처리 용량을 3배로 늘릴 예정이라고 소식통이 전했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삭연구소의 응웬 칵 지앙 베트남담당 연구원은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맞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반도체 중심의 첨단기술 산업으로 경제성장 모델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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