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간 반격 카드 여럿 확보…"미국에 줄 수 있는 타격 과소평가돼"
트럼프와 시진핑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대(對)중국 '관세 폭탄'이 현실화해 무역전쟁이 다시 펼쳐질 경우 이에 맞설 중국의 대응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분쟁 시 여러 보복 수단을 갖추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을 마련하는 등 트럼프 집권 1기 때보다 더 잘 대비돼있다며 중국이 쓸 수 있는 대응책들을 조명했다.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으로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매도가 꼽힌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이 보유한 7천34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처분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팔면 채권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수익률(금리)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시중금리가 치솟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탈달러'를 추진하며 꾸준히 미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현재 보유한 잔액은 2017년 대비 3분의 1 이상 줄어든 상태다.
블룸버그는 다각화와 달러화 자산 보유 위험성을 고려할 때 중국의 미 국채 매도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외환 자산을 동결한 이후 경제안보 경계감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대규모 미 국채 매도는 중국의 보유자산 가치 급감으로 이어져 중국도 심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평가된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 국채 매도보다 현실성 있는 대응 카드로 여겨진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례도 있다. 로빈 싱을 비롯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처음 벌어진 2018년과 2019년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11.5% 하락해 관세 인상분의 약 3분의 2를 상쇄했다.
이번 미국 대선 이후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이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다만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무역흑자를 키워 다른 무역 상대국까지 분노하게 만들 수 있으며 상대 교역국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에 기댈 수 있다. 또 중국에서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가 막힐 수 있다.
미국 '무역전쟁' 불구 적자 급증…일자리 둔화 (CG) |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에 대해 수출을 통제 중이다. 자국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중요 원자재 약 20종의 주 생산국이기 때문에 (반격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이 풍부하다"며 "다만 무역 상대국들이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공급처로 여기지 않고 공급망 다각화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도 이전보다 쉬워졌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초기 이후 중국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기업이나 개인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반(反)외국제재법'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등 새로운 법과 규정을 도입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집권 1기 무역전쟁 때는 미국에 허를 찔렸지만 지난 8년 동안 외국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체 제재를 가하며, 중요한 공급망에 미국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무역전쟁 재연 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짚었다.
미국 컨설팅그룹 컨트롤리스크스의 중국분석 총괄인 앤드루 길홈은 중국이 미국 드론 제조업체 스카이디오를 제재하는 등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에 "경고사격"을 해왔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이익에 가할 수 있는 손해가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정학적 위험과 미중 무역전쟁이 가격에 반영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이 아직 진짜로 보복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2라운드에서 강하게 보복할 경우 중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 등 다른 주요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또 다른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올해 중반부터 한국, 일본, 인도 등 그간 갈등을 빚었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중국 컨설팅업체 트리비움의 미중 무역 분석가인 조 마주르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며 "다른 주요 경제국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무역상대로 여기기 시작하면 더 유리한 수출 시장을 찾아 중국과 무역 협력을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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