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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해묵은 집단갈등 해결사 나선 권익위 “정부 출범 후 26만명 고충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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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2019.09.03.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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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이 적은 전기 항공기로 비행 훈련을 하고, 집집마다 섀시(창호) 공사도 해줄 겁니다. 걱정하시는 소음 문제는 없을 거예요.”

육군 헬기 조종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국민권익위원회 김문영 조사관은 경북 울진 비행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을 만나 정부의 조정안을 전달했다. 올해 초의 일이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됐던 울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그러려면 원전 예정 부지 안에 있는 공군의 비상 활주로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유력 대체시설인 울진 비행장 근처의 주민들이 “소음 피해가 너무 크다”며 “비행 훈련을 중단하라”는 민원을 내며 강하게 맞서고 있었다.

정부와 주민 사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던 권익위 관계자들은 휴일에도 울진을 찾아가 지역 주민들을 10여 차례 가까이 만났다. ‘섀시 공사’와 ‘전기항공기 훈련’ 등 정부가 제시하는 소음 방지 대책을 지역 주민들에게 꾸준히 설득했다. 결국 주민들은 마음을 돌려 정부의 조정안을 받아들였고,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도 재개됐다.

●권익위, “정부 출범 후 26만여 명 고충 해소”

국민권익위원회는 15일 윤석열 정부 전반기인 2022년 5월부터 올 11월까지 이같은 집단 민원 668건을 조정해 26만여 명의 고충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특히 2만 3480건의 고충 민원을 처리했고 이중 6661건을 해결해 인용률이 28.4%에 달했다고 밝혔다. 민원 처리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22.2일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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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통일부·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공동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공동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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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권익구제 성과와 향후 계획’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대규모 집단 민원을 중재해 주민들의 고충을 해소했고 사회적인 갈등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올 1월 소음 피해로 사격훈련이 중단되는 등 극심한 갈등이 불거진 경북 포항시 수성사격장과 관련해서도 군과 주민 사이 협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2016년 완공한 경북 영주다목적댐의 부속 사업비 정산이 지연되면서 이어진 집단 민원도 권익위는 지난해 8월 조정을 거쳐 해결했다.

●권익위, “난임지원, 고령운전자 사고 예방 등 제도개선 추진할 것”

권익위는 지난 2년 6개월 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고도 밝혔다. 육아 휴직 후 복직한 공무원이 인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휴직 기간 전체를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도록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부 공무원이 서로 근무지가 달라 출산 계획을 미루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권익위는 부부 공무원에 대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도 밝혔다.

권익위는 취업 준비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토익과 같은 공인 어학시험 성적의 인정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했다. 이어 권익위는 국가 전문 자격시험에서 공직자에게만 주어졌던 응시 과목 면제 등의 특혜는 폐지하고, 일부 공무원들이 사적으로 챙겨온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취약 계층 지원에 쓰는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난임 지원, 고위험자 교통안전 사고 예방, 시각 장애인 학습 교재 보급 등 각계각층과 다양한 분야의 권익 구제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민생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펴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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