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맨 왼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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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2일이나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1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를 국회에서 한 뒤 이렇게 말했다. 올 연말까지 협의체에서 의료 공백의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내년도 전공의 수련 시작(내년 3월) 이전에 전공의를 복귀시킬 복안을 만드는 게 협의체의 가장 큰 숙제다.
이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전공의·의대생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 백지화를 핵심으로 한 ‘7대 요구안’을 고집하고 있다. 요구안 수용 없이는 병원 복귀도, 협상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부로선 수용 불가능한 요구다.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치른 마당에 학교마다 배정된 의대 정원을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입시 혼란은 물론, 의대 입시를 준비해온 수험생들이 정부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의-정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상당수 의사단체는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의사단체 대표로 들어와 있지만, 이들이 의사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공의 없이는 의미 있는 논의가 어렵다며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협의체 의제로 올리라’며 정부·여당을 압박 중이다.
변수는 최상위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의 구성 변화다. 의협 대의원회는 잇따른 막말 논란을 빚은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을 최근 탄핵시켰다. 그가 의사들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의대 증원과 간호법 제정 등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강경파로 손꼽히는 임 전 회장의 대정부 ‘강공’이 성과를 못 냈다는 게 의협 내부의 진단이다.
뒤이어 13일 치러진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선거에선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비대위원장에 올랐다. 의대 교수 출신인 그는 비교적 온건하고 대화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협 일각에선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개원의·교수 등 다양한 의사 직역 목소리를 모아 협의체에 합류할 거라고 예상한다.
반면 박 비대위원장이 대전협 등의 강경론에 오히려 휘둘릴 거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그는 시·도의사회 회장 등 다른 대의원들에 견줘 의협 내 조직 기반이 작다. 대신 대전협의 공개 지지에 힘입어 선거에서 이겼다. 앞으로 대정부 협상(또는 투쟁)에서도 이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 그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아예 인식조차 없는 정부와 대화가 가능한 것일까? 지극히 의문”이라고 썼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틀지 않으면 대화도 없다는 대전협 주장과 비슷하다.
대전협·의협이 끝내 협의체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정부·여당은 다른 협상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전협이 아닌’ 전공의들이나 의협 비대위 바깥의 의사들과 접촉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 약속을 지킬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천호성 인구복지팀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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