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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9·11 테러도 비켜간 이 남자, 2기 고위직 리스트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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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만든 사람들] [6] ‘트럼프의 헤드헌터’ 하워드 루트닉

조선일보

지난 10월 27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하워드 러트닉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유세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러트닉은 최근까지 정치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 공동 위원장을 맡아 2기 행정부 인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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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63)은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8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았다. 트럼프에게서 “새 정부에서 일할 최고의 인재를 찾으라”는 지시를 받은 그는 마러라고에 TV 8대와 아이패드 2대를 갖춘 ‘워룸(상황실)’을 만들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트닉 공동 위원장은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 요직 후보자들의 사진과 약력 등을 워룸의 화면에 띄워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여주며 각 인물의 특징을 브리핑하고 있다. 대선 승리 직후부터 속전속결로 고위직 인선을 발표하는 트럼프의 리스트가 러트닉의 손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파격적인 인선과 함께 ‘트럼프의 헤드헌터’ 러트닉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에 발을 담가본 적 없는 그는 평생 종사했던 금융권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월스트리트 밖에서는 트럼프의 다른 측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가상 화폐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의 인식을 180도 바꾼 것으로 알려진 러트닉은 현재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며 트럼프 인맥의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1961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대학 시절에 부모님을 모두 병으로 여의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하버포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983년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고속 승진 끝에 입사 10년도 되지 않은 1991년 CEO까지 올라갔지만 2001년 비극을 겪었다. 당시 캔터 피츠제럴드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꼭대기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9·11 테러범들이 납치한 항공기가 빌딩에 충돌해 러트닉의 친동생을 포함한 직원 658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날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 지각한 덕에 목숨을 건진 러트닉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흐느끼는 장면은 미국인의 기억에 깊이 각인됐다.

절치부심한 러트닉은 캔터 피츠제럴드를 세계적 금융회사로 키웠다. 테러 직후 약 2000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전 세계에 1만3000여 명에 달한다. 기업 인수합병 중개 등을 전문으로 하는 러트닉의 회사는 스테이블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 ‘테더’의 자산도 관리한다. 러트닉은 지난 7월 트럼프가 “미국이 세계의 가상 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수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던 테네시주 내슈빌의 비트코인 콘퍼런스 현장에도 동행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이 연설을 하는 데 러트닉이 일조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와 러트닉은 수십 년 전 뉴욕의 자선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러트닉은 2008년 트럼프가 대중적 인기를 얻은 계기가 됐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다. 2020년 대선 때 자신과 배우자의 이름으로 트럼프에게 후원금을 냈다. 지난해 트럼프가 러트닉에게 선거 캠프에 들어와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러트닉은 이번 대선 후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됐다. 연방 기록에 따르면 그는 자택에서 모금 행사를 열어 한 번에 1500만달러(약 210억원)를 모으는 등 최근 2년 동안 트럼프를 위해 7500만달러(약 1050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트닉은 골수 공화당 지지자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공화·민주 양당 정치인들을 골고루 후원했다. 트럼프의 2016년 대선 상대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해 모금 행사를 주최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기부금을 내기도 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목소리가 우렁찬 러트닉은 겉으론 호탕해 보이지만 실제 스타일은 정반대라고 한다. 블룸버그는 “성미가 급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수십 명의 변호사를 고용해 직원들이 영업 기밀을 경쟁 업체에 유출하거나 회사를 비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현재 러트닉은 트럼프 인수위 공동위원장과 회사의 CEO를 겸직하고 있다. 매일 오전 6시 30분~9시, 오후 4시~10시 30분에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그사이에 인수위원회에서 일한다. 이런 행태에 이해 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의 추천으로 임명되는 공직자들이 그의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내각 관료들은 정부윤리국의 지시에 따라 이해 충돌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자산은 매각 또는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러트닉도 금융자산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루트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 공동 위원장. 1983년 입사한 투자 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에서 현재까지 일하며 최고경영자 겸 회장을 맡고 있어 ‘월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CEO’ 중 한 명으로 꼽힌다. 9·11 테러의 극적 생존자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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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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