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한국만 엄격한 비만 기준? 타국 어떨까
1870년 수학자가 처음 만든 개념
인종차별 논란도 "19세기 백인男 기준"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의 비만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적정 체질량 지수(BM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BMI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분류하는 현행 기준을 27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비만 분류 기준이 엄격하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BMI는 체중(㎏)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저체중(18.4 이하) ▲정상(18.5 이상 22.9 이하) ▲과체중(23 이상 24.9 이하) ▲비만(25 이상) 등으로 분류한다. 체중과 심뇌혈관질환 발생·사망 위험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현행 기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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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는 건강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지만, 의외로 의료계가 아닌 수학자가 만든 기준이다. 1870년 사회물리학을 연구하던 벨기에의 수학자 아돌프 케틀러가 '평균인'이라는 개념을 고안하면서 처음 BMI를 만들었다. 평균을 기준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특징을 비교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엔 의학이나 건강과는 연관성이 없었다.
상품을 개발할 때 고객의 수명 예측이 필요한 보험업계에서 이를 적극 반영했다. 1895년 미국 생명보험사인 메트로폴리탄은 비만과 사망률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고객의 나이·키·몸무게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신장체중표(height-weight-table)'가 담겼다. 고객의 수명을 예측하기 위한 이 보고서는 1983년까지 발간됐다.
이후엔 의학계에서도 적정 체중과 사망률에 대한 연구를 적극 발표하기 시작한다. WHO가 1975년 국제질병분류에 '비만'을 등록한 이후부터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2013년에는 미국의사협회에서도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규정했다.
하지만 BMI는 계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체중과 신장만으론 개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육량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운동선수의 경우에도 BMI 상으로는 '비만'으로 측정될 수 있지만, 그의 운동 습관이나 식사 습관 등을 고려했을 때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과 똑같은 비만으로 보긴 어렵다.
인종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BMI 자체가 19세기 백인 남성의 이상적인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성이나 다른 인종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의학협회는 BMI가 인종차별적이며 성별·인종·의학적인 다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MI 대신 신체 지방 지수(BAI), 상대 지방 질량(RFM), 허리-엉덩이 비율, 허리둘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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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한국에선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8일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2002∼2003년 일반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BMI 25 부근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의 이선미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사망 및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때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사망 위험과 질병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비만 기준을 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경우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한다. 중국은 28 이상, 일본은 성별에 따라 26.1(여성) 또는 27.7(남성) 이상을 비만으로 간주한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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