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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전쟁 이기면 뭐해 우린 파산인데”…정책금리 무려 21%에 시름시름 앓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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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러시아철도, 이자만 10조원 달해
순부채 36조원대…내년엔 55조원으로
러시아 중앙은행 “정책 금리는 21%”


매일경제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철도를 놓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소련제국’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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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금리 때문에 러시아 경제의 활로가 끊겨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철도(JSC RZD·예르제데)가 내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70억달러(약 10조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21%로 인상하면서 공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순부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6월 기준으로는 러시아철도 순부채가 2조5400억루블(약 36조원)에 달했다. 내년에는 3조9000억루블(약 5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물류 핵심인 러시아철도가 빚더미에 나앉은 셈이다.

로이터는 “러시아철도는 하루평균 330만t 화물을 운송하며 러시아 기계산업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이라며 “정책 금리가 21%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러시아 기업 중 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러시아철도는 내년 이자 지급에 6875억루블(약 10조원)을 배정했다.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1016억루블(약 1조4000억원)을 이미 지출했다. 내년부터는 러시아 정부가 법인세를 20%에서 25%로 올려잡으면서 러시아철도 경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됐던 서방 제재로부터는 어느 정도 피해를 회복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군사비 지출에만 의존하고 있다. 로이터는 “막대한 군비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며 경제 과열로 이어졌다”며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르게이 체메조프 로스텍 최고경영자(CEO)는 “고금리와 막대한 군비 지출로 러시아 기업들은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일하면 대부분의 러시아 기업들이 파산할 것”이라 토로했다.

러시아 경제 싱크탱크 TsMAKP도 “금리가 16%였던 지난 6월에만 해도 기업 이자 지급 부담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부채가 새로운 이자율로 재융자되면서 취약한 산업·기업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 정책을 놓고서 비판이 쏟아지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 공산당 의원들을 만나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며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었던 은행이지만 시스템 건전성 덕분에 위기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일손이 부족해지자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젊은 남성들이 잇따라 전선에 투입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져 임금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전사(戰死) 보상금도 늘어나면서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연속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8.52%에서 8.61%로 올랐다”며 정책 금리를 21%까지 올렸다. 단번에 2%포인트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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