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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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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얼차려 중대장 “죄인이기 전 군인, 고통 속 참회”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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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 대한 분노, 증오, 혐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 속에서 참회하겠습니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강모(27·대위)씨는 이달 12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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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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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재판부의 말에 강씨는 준비해온 쪽지를 펴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던 강씨는 돌연 흐느끼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한동안 마음을 추스른 강씨는 “훈련병들을 건강하게 수료시켰어야 했는데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고통 받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 면목이 없다”며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비난과 질책 마땅히 받겠다”며 “단 한순간도 고인과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 잊어본 적 없다. 앞으로 평생 잊지 않고 고통 속에서 참회하겠다”고 울먹였다.

그 순간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왜 죽였냐"며 숨을 죽이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강씨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저는 죄인이기 전에 나라를 사랑하는, 자부심이 강한 군인이었다. 군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켜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상처받고 분노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앞으로는 죄를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강씨와 같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받는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으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까 두렵다”며 “그럼에도 잘못했기에 사과한다. 평생 후회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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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사망사건 발생한 육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위병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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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사망한 훈련병의 어머니는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청했다. 증인석에 선 그는 “오늘 재판 중 재생된 폐쇄회로(CC)TV 속에서 살아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까 좋기도 하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아들은 우리가 40대에 얻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아들”이라고 흐느꼈다.

이어 “의사가 아들에 대해 회생불가 판정을 한 후 중대장에게 이것저것 물었는데 그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수사기관의 초동수사를 흐린 살인마”라며 “군 상관이 아군을 죽인 이적행위를 처벌해 달라. 한 가정을 50여분 만에 짓밟은 포악함을 처벌해 법이 우리를 두 번 죽이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 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앞서 강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훈련병들을 군인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 괴롭히거나 학대해 고통을 가할 의도는 없었다”고 변론했다.

그는 “지금까지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으로 인한 사건에서 학대치사가 인정된 판례는 한 건도 없었다”며 “이를 학대행위로 인정하면 앞으로 군부대에서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을 시행하는 경우에 대한 부적절한 선례를 만들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명예로운 군인이 되고 싶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꿈이 물거품 됐고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수형생활을 성실히 수행한 점, 모범적인 군 장교였던 점, 만 27세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해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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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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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의견 진술을 통해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대성이 크다"고 짚었다.

검찰은 "우선 피고인들은 사고 발생 직후 이 사건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가 아니다. 지휘관으로서 법에 정해진 대로 했다면 사망이라는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한다고 해도 사망한 피해자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중대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우리나라에 국가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징병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입대 예정자들은 더는 군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우리나라 안보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역시 중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중대장 강씨에게 징역 10년, 부중대장 남씨에게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망한 훈련병과 피해 훈련병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여전히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사죄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선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씨와 남씨는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2일 열린다.

춘천=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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