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앱 업체 대표·가맹점주 등 628명 검거
플레이어엔 '거액 상금'·딜러엔 '꿀알바' 광고
가상계좌를 이용한 환전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참가비 70억 원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검거된 이들 중에는 고액 시급에 혹해 관련 업무를 한 아르바이트생들도 다수 있었다.
17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환전 앱 업체 대표인 50대 남성 A씨와 직원, 가맹 홀덤펍 점주·딜러 등 577명이 도박장소 개설 또는 방조 혐의로, 1000만 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한 플레이어 51명을 도박 혐의로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환전 앱을 이용해 지난해 10월 4일부터 올해 5월 3일까지 플레이어 8000여명으로부터 71억 원의 참가비를 받고 '텍사스 홀덤' 게임을 하게 한 뒤 57억 원을 환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홀덤펍 등에서 직접 현금을 거래하지 않고, 결제대행사(PG사)를 통해 만든 가상계좌로 포인트를 충전해 게임용 칩을 사고 게임 시상금을 받을 수 있는 환전 앱을 개발했다. 가상계좌를 이용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추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이 앱으로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충전한 포인트로 카페·편의점 모바일쿠폰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전국 104곳의 홀덤펍 가맹점을 모집한 뒤 전체 환전 금액의 4%에 해당하는 2억 2800만 원을 수수료로 챙겼다.
가맹점들은 전국 곳곳에 퍼져 있었다. 서울 24곳, 경기 35곳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곳이 77곳이었고 경상도(13곳), 충청도(9곳), 강원·전라도(5곳)에도 있었다. A씨는 경기도 부천시에 1000평 규모의 홀덤 경기장을 설치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약 1500명이 참여한 총상금 10억 원 상당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경찰은 1000만 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한 플레이어 51명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플레이어 외에도 직원과 가맹점주 570명, 본사 인원 7명이 검거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20대 초반으로 오픈 채팅방에서 시급 2만 원의 '꿀알바'라는 광고를 보고 범행해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홀덤펍에서는 단순 업무만 하더라도 시급 2만~5만 원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한번 일하게 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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