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군주에게 잘 듣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 (글 : 양선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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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혜자가 말했다.
“하나라의 전설적인 명궁 예가 깍지를 끼고 한扞을 차고 활을 들어 당기면 멀리 월나라 사람들도 서로 과녁을 들어 올리겠다고 다투는데, 아이가 활을 들면 그 어머니라도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을 것이다.”
이는 곧 “확실한 실력이 있으므로 월나라 사람도 예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고, 확실하게 믿지 못하면 어머니라도 아이에게서 도망간다”는 말이다.
상대에 대한 믿음은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그의 실력에 따른다는 것을 비유한 것입니다. 활 쏘는 실력이 없는 아이가 활을 들고 설치면 그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는 엄마라도 도망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믿음은 이렇게 실용에 기반한 것이라는 말이지요.
한비자가 군주의 정치 실력을 ‘술’(術)이라는 용어로 말한다는 건 앞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 ‘술’의 중요성 혹은 필요성을 당대 ‘절대 마부’ 중 한 명이었던 조보의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합니다.
#2
조보가 밭을 매다가 어떤 부자가 수레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말이 놀랐는지 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 아들이 내려서 말을 끌고 아버지도 내려서 수레를 밀었다. 그러고는 조보에게 수레 미는 것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조보는 농기구를 거둬들이고 하던 일을 멈춘 뒤 수레에 자기 농기구를 싣고 그 부자도 수레에 타도록 했다. 이내 고삐를 졸라매 잡아당기고 채찍을 들었는데 미처 그것을 쓰기도 전에 말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조보에게 말을 부리도록 하지 않았다면, 비록 힘을 다 쓰고 몸이 수고해 그를 도와 수레를 민다 해도 말을 달리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조보가 몸은 편히 하고, 또 수레에 짐을 싣고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있어서 말을 잘 몰 수 있어서였다.
나라는 군주의 수레와 같으며, 세는 군주의 말이다. 술이 없이 말을 부리면 몸은 비록 지쳐도 혼란을 면할 수 없다. 술을 가지고 다스리면 몸은 편안한 곳에 두고도 제왕의 공덕을 이룰 수 있다.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술에 대해선 앞쪽에 ‘칠술’을 설명하며 많은 일화를 소개했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잘 듣는 기술’도 있습니다. 도저히 자기로선 판단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음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례들이지요.
#3
위나라 왕이 정나라 왕에게 말했다.
“처음에 정나라와 위나라는 한 나라였는데, 이미 갈라졌구려. 이제 정나라를 얻어서 위나라와 합치고 싶소.”
정나라 군주는 근심하며 신하들을 불러 함께 위나라에 대한 대책을 모의했다. 정나라 공자가 군주에게 말했다.
“이것은 대단히 쉽게 응대할 수 있습니다. 군주께서 위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정나라가 옛날에 위나라 땅이었다는 이유로 합병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역시 양의 땅을 얻어 정나라에 합병시키고 싶소.’”
위왕은 결국은 그 말을 철회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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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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