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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미워도 다시 한번… 그래도 국가대표 주식은 삼성전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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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체면을 구긴 지 오래다. 입은 상처가 깊고 넓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 경제에 드리워진 암운 탓에 코스피는 한때 2400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보유 비중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가 하락기에 회사 경영 상황을 잘 아는 삼성전자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펼쳐진 급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대량 매수해 ‘미워도 다시 한 번’을 기대하는 양상이다.

세계일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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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 유일하게 내리막 탄 코스피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내리막을 달렸고, 코스닥의 경우 하락률이 약 20%에 이를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코스피는 작년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올해 11월15일 현재 2416.86으로 8.98%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의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올해 뒷걸음친 경우는 우리나라 양대 지수를 빼고는 찾기 어렵다.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나스닥종합지수(24.4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23.08%)은 20% 넘게 뛰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5.27%)도 상승률이 두 자릿수다. 유로권의 유로스톡스50, 독일DAX, 영국FTSE100도 각 6.04%, 14.68%, 4.27%) 올랐다.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인 중국·대만권의 상하이종합지수·홍콩항셍지수·대만가권지수 역시 각 11.96%, 13.95%, 26.84% 상승했다. 비교 대상 국가 범위를 40개로 넓혀도,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20.79%·1,083.48→858.19)뿐이었다.

트럼프 재집권 후 강달러와 무역분쟁 우려가 패닉셀(투매) 양상으로 번지자 삼성전자는 ‘4만전자’로 추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는 5~15일 삼성전자 주식을 2조48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코스피 하락의 중심에 있었던 삼성전자도 5만원선이 무너진 이튿날인 15일 7.21% 급반등에 성공했다. 당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국가대표 삼성전자’에 대한 여전한 믿음

한국시각으로 오는 21일 공개될 엔비디아의 8~10월 실적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 후 반도체주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과 전망치를 내놓을 경우 국내 증시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다변화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 주가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미국발 반도체 규제 확산 우려에 삼성전자 주가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바닥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8거래일간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334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두 번째로 많이 산 종목인 삼성SDI(4427억원)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1년 9만원대를 찍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6∼7만원대에서 횡보하다 미국 대선 이후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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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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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HBM 밸류체인 소외, D램 경쟁력 저하 등이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충분히 하락했다며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더니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5만원선을 하회하며 4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는 4년 5개월 만에 5만원선을 내준 14일에도 36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평균매수가(순매수 거래대금을 순매수 거래량으로 나눈 금액)는 5만3796원이다. 대략 5만4000원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가격은 14일 종가 4만9900원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 7.2%였지만, 15일 주가가 7% 넘게 급반등해 5만3500원에 거래를 마친 덕에 ‘본전치기’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앞으로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기로 하면서 수익률 개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이 중 3조원을 3개월 이내에 매입해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식 1주의 가치를 높이고, 경영진의 주가 방어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불러오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외국인들의 투자 행보

관건은 외국인의 향후 행보다. ‘트럼프 리스크’ 우려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주식 비중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총액은 637조4877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1973조5130억원)의 32.30%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초 32.7% 수준이던 외국인 시총 비중은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7월 36%대까지 늘었으나 점차 감소해 8월 34%대, 9월 33%대, 10월 말 32%대로 내려앉은 뒤 지속해서 줄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770억원 순매도했다. 일별로 보면 이달 들어 4일과 7일 등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팔자’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주로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2조7410억원 순매도했으며, 삼성SDI(3380억원), 현대차(2460억원), 하나금융지주(73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거 팔면서 지난 14일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율은 51.72%로 지난해 4월25일(51.68%)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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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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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긍정 영향?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향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계획이라는 대대적인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낸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 임원들도 자사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서 등기임원인 사내외 이사와 미등기임원 등 임원 총 60명이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통틀어 총 23만2386주, 금액으로 총 157억7705만원어치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사업부 수장들이 앞장서서 자사주를 매입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9월 5일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주당 7만39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7억3900만원 규모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한 부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1만5000주에서 2만5000주로 늘었다.

올해 새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맡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도 취임 후 자사주를 총 6억8950만원어치 사들였다.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13일 주당 7만5200원에 5000주를, 이어 9월 25일에 주당 6만2700원에 5000주를 각각 장내에서 매수했다. 현재 전 부회장은 자사주를 총 1만7000주 보유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총 10억1500만원어치를 취득했다. 올해 매입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사장단 중 1위다. 그는 6월3일 주당 7만3500원에 5000주, 9월9일 주당 6만9500원에 5000주, 10월11일 주당 6만원에 5000주를 각각 장내에서 사들였다. 현재 노 사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는 총 2만8000주다.

통상 주가가 부진할 때 임원들이 자사주를 연이어 사들이면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향후 1년 이내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에도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가 있는 만큼 주가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전날인 2017년 1월23일 3만8060원이던 주가는 같은 해 11월 1일 5만7220원으로 50%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매입할 자사주 10조원어치 중 3조원은 3개월 내 장내에서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진다. 나머지 자사주 7조원어치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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