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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딸딸딸~ 소리 없이 쫓아와" 셋이서 하던 일 혼자도 거뜬[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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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전북 김제 일대에서 미래농업 데이 개최

무매연·저소음 대동 자율 운반로봇 공개

벽골제 마을서 국내 최초 온디바이스 AI 트랙터 시연

정밀농업 참여 농가 비료량 7%↓ 쌀 수확량 6.9%↑

[김제(전북)=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경운기라고 하면 ‘딸딸딸~’하는 소리가 나잖아요. 소음이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매연도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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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청하 농업 대표를 따라가는 대동 자율 운반로봇 (사진=노희준 기자)


지난 14일 방문한 전북 김제시 백산면의 청하 농업. 이곳에서 만난 이은주(여·48) 대표 뒤를 대동(000490)의 자율 운반로봇 ‘RT100’은 ‘짝꿍’처럼 혼자서도 잘도 따라다녔다. 사과나무 사이의 좁은 길 사이도 문제가 없었다. 오른쪽으로 꺾이는 과수원 코너를 만나자 스스로 오른쪽 바퀴 속도를 줄여 오른쪽으로 능숙하게 몸체를 돌렸다.

이날 대동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농업 기술을 공개하는 ‘2024년 대동 미래농업 데이’ 행사를 열었다. 대동은 내년 1분기 자율 농작업이 가능한 다목적 농업 로봇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와이어를 통한 유선 추종운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작업자 비탑승)이 가능한 전기 배터리 교환형 로봇이다. 제품을 처음 구입 후 운행할 경로를 한 번만 사람이 설정해주면 이후부터는 과수원에서 작업자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자율 추종한다. 작업 도중 장애물을 감지하면 알아서 정지도 한다.

제품 출시에 앞서 대동은 지난 9월부터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운반로봇 체험단을 운영했다. 이씨는 체험단에 참여해 두 달간 과수원에서 운반로봇을 실제 써봤다. 이씨는 “3명이 해야 할 일을 이 기계(대동 운반로봇)만 있으면 나랑 둘이 가능할 것 같다”며 “(로봇 기계값을 제외하면) 인건비는 3분의 1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가 하루에 1인당 12만~13만원 되는데 고용한 인부에게 ‘(사과박스) 들어줘라, 옮겨줘라’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내가 필요한 곳 원하는 곳에 가서 사과를 싣고 나오면 되게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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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자율 운반로봇 (사진=노희준 기자)


이씨는 원래 다른 농가처럼 과수 운반 및 방제를 위해 ‘SS(Speed Sprayer)기’를 이용했다. SS기는 사람이 계속 운전하고 중간에 내려서 사과 박스를 싣고 다시 운전해야 해서 번거롭다. 디젤 연료를 사용하다보니 매연과 소음이 커서 작업 피로도도 크다.

이날 오전 대동은 전북 김제 부랑면 벽골제 마을의 한 밭에서 업계 최초로 ‘온디바이스 AI 트랙터’ 시제품도 공개했다. 국내 트랙터에 AI 기술을 최초로 탑재한 제품이자 세계 1위 농기계 회사 미국의 ‘존디어’와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사용하는 비전(카메라) 센서 방식을 활용한 ‘무인 농작업 트랙터’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돼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던 데에서 벗어나 기기 자체에 탑재된 AI로 농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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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온디바이스 AI트랙터 시제품 (사진=노희준 기자)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비전 센서와 AI 영상 기술을 적용해 기존 운전자 기반의 자율주행 농기계보다 농기계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가 농로나 농지 경계선, 장애물 등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객체 식별 정확도가 높다”며 “장착한 작업기도 자동으로 인식해 농작업 계획을 자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대동의 온디바이스 AI트랙터는 방문한 벽골제 마을의 1983㎡(약 600평) 밭을 홀로 누볐다. 트랙터 운전석에는 아무도 타지 않았지만 혼자서 일정하게 밭을 오가며 흙을 잘게 부수는 ‘로터리’ 작업을 척척 해냈다. 기자가 대동 직원과 함께 직접 맴핑 작업(운행 영역을 설정하는 지도제작)을 하는 온디바이스 AI트랙터에 탑승했을 때에도 사람이 할 일은 없었다. 시운전 과정에서 사람이 트랙터 앞을 가로막자 트랙터는 스스로 멈췄고 직원이 사라지자 다시 움직였다.

박 팀장은 “시제품은 국가기술표준원이 2022년 공표한 ‘농업기계 농작업자동화 기준’ 자율주행 5가지 단계 중 4.5단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4.5단계는 자동 농작업 단계(4단계)와 자율 농작업(5단계)의 중간 단계다. 4단계와 5단계 차이는 농지설정을 트랙터 스스로 할 수 있느냐다.

대동 관계자는 “시제품은 5단계를 충족하지만 트랙터에 부착해 가능한 100개 정도 작업 중 로터리, 쟁기, 두둑 성형 등 6~7가지 작업이 가능해 4.5단계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동은 이 트랙터를 2026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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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온디바이스 AI트랙터 시제품 (사진=노희준 기자)


대동은 이날 미래농업의 한 축으로 밀고 있는 정밀농업의 실증 결과도 공개했다. 정밀농업은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경험에 의존하던 생산에서 벗어나 비료, 물, 노동력 등 투입 자원을 최소화하면서 생산량을 최대화하는 생산방식이다.

앞서 대동은 올해 1월 농지 50㏊ 이상을 경작하는 25인 이상 농업 경영체가 모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정밀농업 실증에 나섰다. 전북 김제의 대규모 쌀 재배 전문 농가가 경작하는 10ha(3만 250평)에 대동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했더니 동일 지역과 면적의 솔루션을 쓰지 않은 전문 농가보다 비료량은 약 4650㎏(7%) 적고 쌀 수확량은 약 6100㎏(6.9%) 더 많았다.

올해 실증에 참여한 장수용 들녘중앙회장은 “북미에서는 정밀농업을 상용화해 국가가 농민에게 정밀농업 서비스 사용비를 지원중”이라며 “이상기후, 농지 감소, 생산비 증가 등 농업 위기 속에 정밀농업과 같은 미래농업 기술 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영중 대동 P&Biz 부문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지원을 통해 정밀농업이 국내 농가에 빠르게 보급되기 바란다”고 했다. 대동은 내년 정밀농업 서비스 보급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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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용 들녘중앙회장 (사진=노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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