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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T시론]인생의 항해 속에서 주저하는 청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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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청년들은 왜 쉬는가? 요즘 자주 받는 질문이다. 20대들의 스타 철학자라는 '쇼펜하우어 AI'(쇼펜하우어를 학습한 AI 챗봇)에게 물어보았다.

“선택지가 많아진 사회에서 정체성을 찾기 어렵고, 또 과도한 기대와 빠른 성공을 바라는 사회적 압력이 원인일 수 있지. 이는 마치 매일 달리는 쳇바퀴 안에서 출구를 찾기 힘든 것과 같아서, 때로는 잠시 멈춰 자신만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네.”

놀랍게도 19세기 철학자는 지금의 어른들보다 청년들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사실 많은 '쉬었음 청년' 논의에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숨어 있다. '젊은 나이에 왜 일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하는가?'

지금의 20대가 과연 그러한가? 필자는 지난달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청년들을 만났다.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었다. “여러분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 수준의 인재입니다.” 이것은 빈 말이 아니다. 지금 청년들은 지식으로나, 품성으로나 어느 면에서도 뛰어나다. 이들은 '미라클 모닝'부터 공부하고, '러닝크루'와 달리며, '무지출 챌린지'로 절약하는 '갓생'을 산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작년 성인 독서율(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40대(47.9%). 50대(36.9%)에 비해 20대가 74.5%로 훨씬 높았다. 청년들 사이에 폭음문화가 사라지자,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에 비해 2021년 18% 감소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뛰어난 청년들은 왜 '일'에 뛰어들지 않는가? 근본적으로는 저성장 기조에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해져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좁은 문에 들어가려면 수시·경력직 중심의 채용시장을 뚫어야 한다. 대기업 공채가 있던 시절은 차라리 예측 가능한 경쟁이었다. 이제는 기업들이 수시로 채용공고를 내고, 일자리마다 요구사항도 제각각이다. 직무를 정해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고, 항상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해야 한다. 취직해도 끝이 아니다. 입사와 동시에 더 나은 일자리로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청년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너무 많은 정보에 휩쓸려 한 발짝 내딛기도 어려울 수 있다. 끝이 없는 경쟁 속에서 피로감이 누적되었을 수도 있다. 만족스럽지 않은 일자리에서 번아웃되거나, 노력해도 지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까봐 불안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자신이 즐기며 성장할 곳을 찾는 탐색과, 그런 일터는 없다는 좌절의 사이쯤에 '쉬었음'이 있는게 아닐까?

전자신문

고용노동부 '쉬었음 청년 지원체계'.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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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는 먼저 길을 찾는데 조력자가 필요하다. 정부는 대학캠퍼스 내에 설치된 전국 121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1대 1 상담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자기소개서·면접 컨설팅은 물론이고, 저학년·고학년·졸업생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 초기부터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한 선배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구직의 전 과정을 코칭받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모든 지역청년에게도 열려있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직업계고 학생들에게도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컨설턴트들이 방문하여 진로상담을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125만 명이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90%에 달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지원대상을 재학생 18만명, 졸업생 6만명, 고교생 1만5천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들이 '일경험'으로 다양한 직무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년 하반기 채용동향조사에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들은 채용 결정요소 1위로 '직무관련 일경험'을, 구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취업지원 1위로 '일경험 기회 확대'를 꼽은 바 있다. 청년들 또한 일경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직무도 찾고, 수시 경력직 채용시장에서 내세울 무기도 갖출 수 있다는 점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경험 규모를 올해 4만8000명에서 내년 5만8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안타깝게도 쉼이 길어지는 청년도 있다. 이런 청년들일수록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다가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먼저, 11월부터 국가장학금 신청자 150여만명에게 정보제공 동의를 받기 시작했는데, 향후 고용보험DB와 연계하여 취업상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군대에서 전역한 청년, 실업급여를 받았던 청년, 직업훈련에 참여했던 청년 중에서도 장기 미취업자를 찾는다. 이들에게 컨설턴트들이 직접 연락하여 '청년도전지원사업'에 참여를 권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취업의욕을 되찾도록 지원한다. 또한, 마음관리가 우선인 청년들은 복지부 심리상담으로 연계한다. 내년에는 부모, 친구들을 통해 접근하는 통로도 만든다. 부모가 쉬었음 자녀와 소통하며 회복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친구들끼리 서로 도우며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노동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할 이유다. 기업은 청년 친화적인 문화를 갖추고, 청년 근로자들의 경력과 발전을 고려하여 인재를 모으기를 바란다. 우리 노동시장이 청년들이 가능성을 펼치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 되어, 잠시 숨을 고르던 청년들도 당당하게 존중받으며 일하기를 기대해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필자〉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후, 20~30대를 노동현장에서 활동했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노동인권회관 소장 등을 역임했다. 1996년 경기 부천소사에서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3선 의원을 지내며 노동환경 분야에서 활발한 의정활동 펼쳤다. 2006년에이어 2010년에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도정을 8년간 이끌었다. 2022년 9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약 2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했고, 올해 8월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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