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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韓·美·日 협력 제도화 속도 내고… ‘자유무역 수호’ 재확인 [APEC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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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정상 1년3개월 만에 리마 회동

3국 협력 사무국 설립 ‘안전장치’ 마련

韓에 우선 설치… 사무국장 2년씩 순환

APEC 회원국 ‘마추픽추 선언문’ 발표

“자유롭고 예측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尹 “북·러 군사협력 규탄 목소리를” 호소

페루와 함정 개발 등 방산분야 양해각서

지난 15∼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자유무역’ 수호를 외치는 자리가 됐다. 주요국 정상들은 앞으로 닥칠 보호무역주의 광풍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세계일보

韓·美·日 정상 “삼각 공조 더 강화” 202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리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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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대비 활발

15일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 회동 이후 1년3개월 만에 리마에서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 자리에서 3국 협력 사무국 설립에 합의했다. 3국 협력이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에도 3국 협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국 협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며 “사무국은 안보, 경제, 첨단기술,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사업을 점검,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무국은 한국 외교부에 우선 설치되며, 사무국장직은 한·미·일이 2년씩 순환해 맡기로 했다.

퇴임을 두 달여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10분간의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 출현에도 계속 한·미 관계를 성원하고 뒤에서 돕겠다”며 힘을 실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3국 협력을 잘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폐막일에 다자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이른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전례 없는 급속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동시에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보호무역을 앞세워 관세 인상 등을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반대하는 기류로도 읽혔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에이펙 정상회의 마지막 세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에이펙 회원국이 자유무역 촉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미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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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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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계기마다 격차 해소 역설

윤 대통령은 15일 에이펙 정상회의 첫 세션인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에 참석해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은 세계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미래를 향한 에이펙의 협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에이펙 정상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안전을 위한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발신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인류의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위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리마 국립대극장에서 열린 에이펙 최고경영자 서밋에 참석해 “지금 세계는 공급망 분절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다자무역체제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기후위기와 저성장의 고착화,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에이펙 인공지능 표준 포럼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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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대통령궁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갈라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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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16일에는 에이펙 정상회의 리트리트(Retreat·의전 등 형식적인 면에 구애받지 않고 친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회의 방식) 세션에 참석해 디지털 혁신을 통한 포용적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에이펙 청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미래번영기금 설립을 제안해 주목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에이펙에서 캐나다·페루·브루나이·베트남 정상들과도 각각 양자회담을 열고 경제협력과 외교관계를 강화했다. 특히 페루와는 방산협력 KF-21 훈련기 부품 공동생산 양해각서, 해군함정 공동개발 양해각서, 육군 지상장비 협력 총괄협약서 등 방산분야 양해각서를 연이어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 경북 경주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를 공식화했다. 이후 에이펙은 2026년 중국, 2027년 베트남, 2030년 싱가포르가 차례로 의장국을 맡게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8∼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여기에는 의장국인 브라질을 포함해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인도 등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다.

리마=조병욱 기자, 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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