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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HBR]기업은 사회적 목소리 내기 전 위험성 분석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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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는 위험성 동반

CEO 개인 신념에 기대거나

핵심 고객 공격해선 안 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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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나이키는 비난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광고 하나를 내보냈다. 흑인 인권에 목소리를 낸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을 등장시킨 것이다.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공개적으로 항의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나이키는 진보주의자들의 지지가 보수주의자들의 반발보다 클 것으로 보고 도박을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체 BAV그룹에 따르면 2021년까지 나이키 제품을 사용한다고 답한 민주당원 수는 2% 증가한 반면 공화당원 수는 24% 감소했다.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는 것은 위험을 동반한다. 한쪽 편을 선택하면 반대편 고객의 브랜드 인식이 바뀐다. 특정 고객은 소외되고, 시장 점유율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적대심을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이와 관련해 미 버지니아주립대 다든경영대학원의 킴 휘틀러 부교수와 토머스 바타 마케팅 비즈니스 마스터클래스 학장이 분석한 솔루션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11-12월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브랜드가 ‘소비자 동의’와 ‘위치적 정렬’이라는 두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 동의는 해당 이슈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통합되거나 양극화돼 있는지를 의미한다. 위치적 정렬은 취하려는 행동이 기업의 사명과 가치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경영진은 공개 성명을 발표하거나 캠페인을 시작하기 전에 설문조사, 포커스 그룹 인터뷰,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점유율에 미칠 위험성을 추정해야 한다. 주로 기업의 이미지와 거리가 먼 입장을 표명할수록 위험성은 커진다.

브랜드가 행동주의를 선택할 때 취할 수 있는 4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첫째, 한 사람의 결정이 조직의 입장이 돼서는 안 된다.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신념을 위해 특정 입장을 옹호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반(反)유대주의 게시물을 공개 지지하는 등 많은 논란을 일으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처럼 말이다. CEO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직원들과 논의해 이해관계자의 잠재적 반응과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둘째, 행동주의가 기업의 목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브랜드의 역사적 입장과 행동주의, 핵심 고객층에 맞는 대의를 지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려동물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반려동물용품 프랜차이즈 펫스마트의 캠페인이 사명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례다.

셋째, 기업의 기반이 되는 고객을 공격해선 안 된다. 2019년 질레트는 사악한 남성을 등장시켜 남성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자극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남성 고객들은 공격당했다고 느꼈다.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 정서의 63%는 부정적이었고, 긍정 반응은 8%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 지나치게 양극화한 이슈의 경우 어느 쪽을 지지하든 위험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함께 행동하는 이들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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