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앨범, 5연속 밀리언셀러 등극
'슈퍼노바' '위플래시' 등 음원차트 휩쓸어
세계관·정체성 위기 극복, 독창적 콘셉트로 승부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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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는 실험이다.”
2022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한국 아이돌그룹 에스파를 이렇게 정의했다.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음악산업의 미래를 실험한다는 뜻이었다. 실험은 성공했다. 데뷔 4년 만에 K팝 걸그룹을 맨 앞에서 이끄는 리더이자 K팝 대표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에스파의 올해 활동은 독보적이었다. 5월 발표한 정규 1집 ‘아마겟돈’과 지난달 내놓은 다섯 번째 미니앨범 ‘위플래시’는 잇달아 초동(발매 첫 주 음반 판매량) 100만 장을 넘어서며 5연속 밀리언셀러 기록을 세웠다. 정규 1집 타이틀곡 ‘슈퍼노바’는 멜론 주간 차트에서 15주 연속 1위에 오르며 2004년 이 차트가 생긴 이래 최장 기간 1위를 지켰고, 지금도 10위 안에 올라 있다. 신곡 ‘위플래시’와 리더 카리나의 솔로 곡 ‘업’ 또한 로제 ‘아파트’, 지드래곤 ‘파워’의 협공 속에서도 톱5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앨범 두 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걸그룹 르네상스'를 함께 이끌던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이른바 '뉴아르'와 간격을 크게 벌렸다.
'광야' 벗어나 다중우주 세계관으로 새로운 정체성 구축
한국인인 카리나, 윈터, 중국인 닝닝, 일본인 지젤 등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에스파의 성장 과정은 도전적이었다. K팝 걸그룹의 안전한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았고, 에스파를 발굴한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퇴진으로 인한 정체성 위기도 극복해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데뷔 초엔 판타지적 세계관의 영향으로 음악과 콘셉트가 다소 마니아적이었는데, ‘넥스트 레벨’로 에스파만의 색깔을 각인시켰다”며 “이후 발표한 곡들이 대중적 감각과 개성 있는 콘셉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이루었다”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에스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구상한 'SM 컬처 유니버스(SMCU)'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에스파를 시작으로 SM의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시키고자 했으나, 그의 퇴진으로 에스파의 정체성이었던 '광야 세계관'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에스파는 SMCU의 시공간적 배경인 '광야'에 대한 언급은 크게 줄이고 새로운 '다중우주 세계관'을 구축하며 ‘시즌2’로 연착륙했다. 에스파 음악을 규정하는 ‘쇠맛’ 소리는 이 같은 판타지적 세계관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SM의 최성우 총괄 디렉터는 “세계관 스토리가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를 연결시키고 콘셉트에도 변화를 줬다"며 "멤버들이 그에 맞는 표현력과 소화력을 보여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고유의 세계관이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관으로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익숙한 레퍼런스로 표현해 ‘미지의 존재’라는 에스파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며 “결국 대중도 마니아도 환호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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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개성의 음악과 콘셉트에 비주얼, 퍼포먼스를 결합하며 고유의 이미지를 강화한 것은 에스파만의 강점이다. 에스파의 안무를 담당하는 SM 퍼포먼스 디렉팅 랩 관계자는 “음악의 전반적 서사와 기승전결을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데, 다소 어려운 동작도 적극 활용해 사운드의 질감을 시각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멤버들 성장 통해 인기 확대... 국내 인기 비해 부족한 해외 시장 영향력 확대 과제
경력이 쌓이고 네 멤버가 고른 역량을 보여주면서 팬덤의 규모와 대중적 인기가 동시에 확대된 것도 강점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데뷔 초엔 카리나와 윈터가 선두에서 인기를 주도했지만 닝닝과 지젤의 개성과 역할이 커지면서 멤버 모두에 대한 관심이나 호감도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말했다. 한 K팝 기획사 임원도 “독창적인 콘셉트와 뛰어난 프로듀싱에 네 멤버의 고른 매력과 역량까지 더해져 독보적인 걸그룹이 됐다”고 평했다.
에스파는 해외에서도 블랙핑크를 이을 K팝 걸그룹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는 여섯 개의 앨범을 연속으로 톱50에 올렸고, 일본에선 2년 연속 도쿄돔 콘서트를 성사시켰다. 다만 활약이 일본에 치우쳐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국내에선 인기, 역량 등 여러 측면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그룹이지만, 월드 투어도 다소 늦었고 해외 대형 페스티벌 출연 횟수도 적다”면서 “글로벌 시장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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