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증시 하락기, 규제 강화전 리픽싱 하자
내달 전환사채(CB) 발행과 유통 공시 강화를 앞두고 기업들이 서둘러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에 나서고 있다. 자금 융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코스닥 기업들은 제도 강화 전 최대한 많이 CB와 BW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상장사의 리픽싱 공시 건수는 총 763건으로 각각 코스닥 736건, 코넥스 27건으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24건 대비 줄었지만 조정가액 규모는 늘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코스닥 상장사의 CB·BW 발행 규모는 6조원에 육박해 지난해보다 7-8%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픽싱은 CB의 전환가액(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약정으로 주가 하락 시 이를 통해 주당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한 만큼 전환가액을 조정해 CB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리픽싱 규모가 늘어난 까닭은 증시 부진으로 인한 주가 급락 때문이다. 증시 하락으로 인해 거래 대금 역시 줄어들자 기업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시를 올린 폴라리스세원, CBI, 클리노믹스, 폴라리스우노, 아이텍, 엑세스바이오, 빌리언스 등은 모두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을 리픽싱 이유로 들었다. 다수 기업들은 전환가액을 기존보다 최소 50% 이상 낮췄다.
이달 기준 리픽싱 공시를 낸 기업은 총 33곳으로 시가 상승에 따른 리픽싱 공시를 낸 기업은 디와이디, 케리 등 단 5곳에 불과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자본총계를 초과해 CB·BW 발행을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CB·BW 발행 기업 중 자본총계를 넘어선 곳도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사 중 정관상 CB 발행 한도가 무제한인 곳도 있다”며 “무분별한 CB·BW 발행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CB·BW를 발행하는 기업도 있다. 해당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을 하는 기업은 지분 쟁탈을 위해 CB와 BW를 발행해 우호 세력에게 나눠주는 사례도 많다”면서 “리픽싱은 결국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차등의결권 인정 등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내달부터 리픽싱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상장사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CB의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 70% 미만으로 예외 적용할 수 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하려면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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