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2024-10-17 03:34 요약beta 공유 댓글1 글자크기조정 인쇄 바이든-젤렌스키 통화…美, 내달 우크라 지원 화상 국제회의 주최키로 지난 7월 미 워싱턴에서 만난 바이든 대통령(좌)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7월 미 워싱턴에서 만난 조 바이든 대통령(좌)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러시아 내부 표적 공격을 위한 사용을 허가했다. 미 당국자들은 해당 미사일이 초기에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에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바이든이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한 이유는 러시아가 전쟁에 북한군을 투입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되찾는 것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군을 파견했다. 한국과 미국,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 규모를 1만2000명 안팎으로 추정했고, 상당량의 군수품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미국이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에 있는 군사 시설 등을 공격하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장거리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제한해 왔다.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하르키우가 공세에 시달리자 국경 인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허용했지만, 이때도 에이태큼스의 본토 타격은 허가하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도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250㎞인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스칼프(SCALP)를 지원했지만,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용 허가 전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해제하는 것을 망설여왔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력 보복 우려도 제기됐지만 바이든은 장거리 미사일로 얻을 이점이 확전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 앞두고 중대한 정책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소유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쿠르스크를 일부 점령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과 점령당한 자국 영토를 교환하려고 하지만,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협상 카드가 사라질 수 있다.

바이든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 수백 발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 등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지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 제한을 해제한 것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푸틴은 이미 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고 말했다. 푸틴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타스 등 현지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이와 관련한 문제가 보도됐을 당시 “(미사일 사용 허가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 미국, 유럽 국가는 러시아와 전쟁하게 되는 것”이라고 위협한 사실을 짚었다.

푸틴은 지난 9월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할 경우 나토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결로 간주하겠다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같은 달 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서방 미사일이 러시아를 공격하면 핵무기를 동원한 세계대전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푸틴은 장거리 미사일 제한을 푸는 것은 기존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사일로 원점 타격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위성 정보 등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참전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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